<자투리땅키우기>수유동 다세대주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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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일반적으로 대지는 모양이 네모 반듯하지 않으면 값이 떨어진다. 그러나 우수한 개발자는 이같이 남이 쓸모 없다고 여기는 값싼 땅을 사서 부가가치를 높인다.
서울수유동 264의5일대 주택가에 위치한 75평규모의 대지는길다란 비정형의 자투리땅으로 천대받았으나 건축가 목대상(睦大相.건축사사무소 상화 소장)씨가 대지의 활용도를 최대한 넓힌 독특한 다세대주택을 설계,효율성을 크게 높여 유명 해졌다.
폭이 5m에 불과하고 길이가 무려 40m나 되는 길쭉한 모양의 이 땅은 앞쪽에 6m도로가 개설돼 있고 뒤쪽에는 3m의 골목길 도로로 둘러싸여 조그만 모래섬 모양을 하고 있었다.
당초 이 땅은 건축설계사무소에 다니는 사람이 발견,동호인 7명을 모아 조합을 구성해 작년에 주변시세 평당 3백50만~4백만원의 절반수준인 평당 1백87만원에 구입했다.
앞쪽 도로건너편의 조합아파트부지에 속해 있던 이 땅은 중간에6m도로가 개설되자 자투리땅 신세가 되면서 그동안 평가절하돼 주변시세보다 땅값이 매우 낮게 형성됐던 것이다.
이 쓸모없는 땅을 살아있는 대지로 발전시킨 데는 설계자 睦소장의 뛰어난 공간처리 능력이 큰 보탬이 됐다.대지로서의 효율성이 낮은 이땅에 17평형(전용면적 15평)8가구가 입주되는 지하 1층.지상 3층규모의 다세대주택을 무난하게 처 리한 것.
설계자는 이같이 길쭉한 땅에 최대한의 건축 연면적을 확보하기위해 장방형으로 건물을 배치하고 성냥갑모양의 볼품없는 건물외관이 되지 않도록 건물중앙에 계단실을 만들어 변화를 주었다.
특히 계단실을 각기 앞뒤가 서로 통하도록 설계,외부계단 분위기가 나도록 하면서 양쪽 세대가 서로 독립적인 기능을 갖도록 했다. 이같은 형태에도 불구하고 공사비는 평당 1백64만원정도밖에 들지 않았다.
건축주들이 공사일을 알아 직접 시공을 수행한데다 특색을 살리면서도 심플하게 디자인해 그만큼 공사비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땅값과 건축비를 포함한 분양가는 평당 2백67만원으로 주변시세 4백만~4백50만원선과 비교하면 매우 싼 편이지만 내부의 마감재는 일반 분양 아파트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건축주들의 의견이다.
〈崔永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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