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발효10개월 NAFTA-멕시코 현지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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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멕시코는 역시 멕시코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발효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에서 사업을 벌이는 외국 기업들이 겪는 고충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美 월 스트리트 저널紙는 값싼 임금과 새로운 시장을 노려 멕시코에 무작정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라고 경고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기업이 부닥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물건을 팔아도 대금결제가 제대로 안된다는 점이다.
우선 대금청구서를 보내려 해도 우편제도를 믿기가 어렵다.결국직접 청구서를 들고 찾아다녀야 하는데 이만저만한 시간낭비가 아니다.대부분의 회사는 1주일에 한번,그것도 몇시간동안만 청구서를 접수한다.이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1주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간신히 청구서를 접수시켜도 즉시 돈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돈을 갚도록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경영자문을 하는 한 컨설팅회사 간부는『대금결제 문제를 법원에 들고갈 생각은 말라』고 충고한다.판결이 날 때까지 몇년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포기하는게 속 편하다는 얘기다.멕시코의 사법제도는 외국인이 거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 운 분야다.
수많은 법률은 대개 무시되는 반면 잘못 걸리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감방 신세를 지는 일도 있다.
경제개혁에 나선 에르네스토 제딜로대통령당선자도 사법제도 개혁에 대해선 고개를 저을 정도다.
또 다른 장애물은 열악한 인프라(사회간접시설)다.고급주택가에서도 하루에 한번은 전기가 나간다.전화 회선이 모자라 혼선이 다반사고 업무용 전화를 설치하려면 1천1백달러를 내고도 몇달을기다려야 한다.항만은 포화상태고 도로는 좁은데다 그나마 3분의2는 비포장이다.
새로 생긴 유료도로는 사정이 좀 낫지만 늘어나는 수송 물량을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데다 통행료가 턱없이 비싸다.멕시코시티에서미국 접경까지 이어진 고속도로를 이용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또 까다로운 원산지 증명절차는 NAFTA가 가져다준 무역자유화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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