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추곡수매-日.대만 사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우리처럼 정부 수매제도를 갖고 있는 일본이나 대만은 우루과이라운드(UR)가 타결되기 전부터 착실히 준비를 해왔다.일본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수매량을 줄이고 수매가 결정을 시장에 맡기는 식으로 양곡관리 제도를 바꾸어 왔다.
지난 75년 총생산량의 50%에 달했던 정부미 비중을 93년에는 15%수준으로 낮추었고 87년부터는 수매가를 계속 낮추면서 방출가를 수매가 보다 높게 책정,시장가격에 접근하면서 정부재정부담을 줄여나가는 어려운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특히 「자유유통미」(일반미)를 「전농」(농협)이 주도하여 「가격형성의 장」(상품거래소)에서 가격이 결정되도록 해 쌀 시장의 기능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대만의 경우도 89년 이후 수매가를 동결,UR협상 타결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그러나 우리의 경우 추곡수매 문제가 「정치논리」에 의해 좌우돼 수매값이나 수매량 자체가 정부안대로 결정된 적이 한 번도 없고 수매가 또한 계속 높은 폭으로 인상해왔다.
수매량을 줄이는 일은 입밖에 낼수도 없는 분위기 때문에 정부당국자들도 시장개방에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은 인식하면서도 근본적 대책 마련은 소홀히 해왔던게 사실이다.
이에따라 UR협상이 시작된 86년과 비교할 때 93년의 수매가격은 일본의 경우 12%가 내렸고,대만은 사실상 동결(1% 인상)된 반면 우리는 두배 이상 늘어나게 됐다.
따라서 양곡유통체제는 오히려 일본보다 낫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개방에 따른 부담은 우리가 훨씬 더 많이 안게된셈이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앞으로 한편으로는 정부 지원을 줄이면서,낙후하고 영세한 우리 농업을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농업부문이 시장경제에 따라 돌아가도록 하는 작업이우리가 안고 있는 가장 시급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다.
〈 朴義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