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로렌스 한나 世銀도시개발국 선임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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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성수(聖水)대교 붕괴사고를 보는 외국전문가의 눈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중국.터키.브라질의 큰 도시에서부터 팔레스타인의 작은 도시에이르기까지 1백여개 시정부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세계은행(IBRD)도시개발국의 로렌스 한나 선임연구원은 『선진국 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서울은 기반시설과 안전.청결.유지관 리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뛰어난 도시라고 생각한다.성수대교 사고를 도시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여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는 물량을 늘리는데만 치중하지말고 유지보수.효율적 관리등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수대교 사고를 계기로 서울의 도시운영의 문제점에 대해 여러가지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서울은 인구 1천만명을 넘는 대도시로 선진국의 도시들과 비교할 때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다.사고 하나때문에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을 세계 다른 대도시와 비교해보면 모든 계층의 모든 사람을 위해 놀라울 정도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와 관련해 일을 한지가 거의 20년이 되는데 세계 역사에서 서울만큼 빠른 기간내 모든 면에서 성장한 도시를 찾을 수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성장을 내실화로 연결하는 전환기라고 생각한다.이러한 전환기에 서울시민은 작은 사고에 얽매이기 보다는 전체적인 윤곽을 보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을 것같다.
-서울시가 구체적으로는 어떤 점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지금까지는 하드웨어적인 건설에 치중했기 때문에 이제는소프트웨어적 운영과 유지관리 측면으로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이런 전환기에 발생한 성수대교 사고를 앞으로 도시운영의 방향전환을 위한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이제는 중앙정부나 시정부가 모든 것을 다 통제하고책임을 진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대도시에서 모든 것을 시정부가 책임진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세부적인 부분들은 여러 기관이 책임을 분담하고,또한 민영화를 통해사회 여러 분야에서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교통과 관련해 예를 들자면 이제 서울은 도로를 물량적으로 더많이 건설하는 것보다는 도로 운영방법의 개선,대중교통수단의 확충등에 좀더 비중을 둬야할 것같다.지금까지 도시기능이 자동차통행 위주로 계획되었다면 이제부터는 보행자 위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성수대교 사고후 지하철.터널등 다른 분야의 여러 문제점들도함께 터져나오고 있다.이 부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성수대교 사고는 참 안된 일이다.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이러한 사고가 서울에서만 일어났던 것도 아니고 서구도시도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는몇백년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최근 제기되는 문제점들은 서울이 불과 30여년만에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들로 생각된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서도, 예컨대 지하철에 물이 샌다든지 하는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어느 정도의 것인가,치유책이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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