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곳’ 밝히는 문화 사랑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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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광주시 남구 주월동 무지개지역아동센터 ‘나눔드리 책방’ 2호점에서 어린이들이 운영자 김병수씨와 함께 책을 펼쳐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초·중등생의 방과 후 공부방인 무지개지역아동센터.

광주시 남구 주월1동 세계영광교회 건물 한 쪽에 2005년 12월 무료 공부방이 들어선 데 이어 지난해 8월 작은 도서관 ‘나눔드리 책방’이 문을 열었다.

29일 이 곳에선 다문화가정 주부 17명이 나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명상·한글공부·요리배우기로 한나절을 보냈다. 오후 4시쯤부터는 어린이 20명이 자원봉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구연 동화에 푹 빠졌다.

책방 이용자는 주민을 포함해 하루 평균 100여명. 자원봉사자만도 퇴직 교사와 의사·교수·요리사·대학생 등 30여명에 이른다. 손쉽게 책을 빌려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방과 후 교육프로그램을 포함해 종이 접기나 풍선 아트 같은 특기적성교육과 법률상담 등이 이뤄지고 있다.

문고를 관리하는 자원봉사자 이순심(52·여)씨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공부방에 다니면서 책 읽는 습관이 생기고 다문화가정 같은 이웃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광주시립도서관이 불씨를 지핀 나눔드리 책방이 문화공동체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연내 7곳으로 증가=나눔드리 책방은 광주시립도서관이 앞장서 저소득층 마을에 만드는 작은 도서관이다. 지난해 7월 남구 주월동 광주임마누엘 교회에 1호점을 낸 이후 22일 동구 소태동 백암지역아동센터에 5호점이 들어섰다. 다음달 중 광주시여성발전센터와 남구 사직지역아동센터에 6, 7호점을 낼 계획이다. 시립도서관은 2010년까지 나눔드리 책방을 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책방 개설을 주관한 류선영(47·여)사직도서관리장은 “도서관에 가기 어려운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시작했는데 주민들의 참여 덕분으로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문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립도서관은 재정적 부담을 덜기 위해 올해 초부터 ‘잠자는 책 모으기’ 캠페인을 벌였다. 연예기획사 ‘나무엑터스’와 메가박스 영화관 광주점이 취지에 공감, 영화관람권 4400매를 내 놓아 책 두 권을 가져오면 무료 영화관람권을 줬다. 문학나눔추진위원회·아침독서운동추진본부·㈜올벼 같은 단체와 기업들도 책 기증에 동참했다. 이렇게 2000년 이후 출간되고 훼손되지 않은 책 1만2000권이 모아졌다.

여기에다 연간 2000권에 이르는 이동도서관의 서고용 보관도서를 대출해 주는 방식으로 나눔드리 책방을 연 것이다.

시립도서관은 자료와 도서를 지원하고 도서관 업무 교육을 해 주는 대신 운영은 복지시설 같은 곳에서 장소와 설비·인력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하게 했다. 운영주체는 도서관이 먼 변두리나 문화 소외계층 밀집지역, 장애인 시설 등에 골고루 혜택이 가도록 선정했다. 운영주체의 특성에 맞게 일반도서와 아동도서를 적절히 배분해 책방을 꾸몄다. 책방은 각각 100~150㎡ 공간에 2500~3000권의 책을 갖췄다.

나눔드리 책방 2호점 운영자 김병수(48·세계영광교회 목사)씨는 “주민들이 자녀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건강한 가정을 꾸리는 데도 한몫을 하고 있다”며 “신간이 더 많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 관리장은 “광주가 문화수도 면모를 갖추는데도 나눔드리 책방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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