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오늘의현장>中.쿠르드족 반군.시아派 도전에 內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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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날으는 양탄자」로 유명한 이라크 북부의 중심도시 모술에서 미제 9인승 GMC를 타고 1시간정도 떨어진 바셰카지역 聖마테우스 성당에 접근하자 머리위로 낮게 비행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동행했던 이라크 안내인은『이곳부터는 쿠르드족 반군지역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바위산에 세워진 聖마테우스 성당에서는 발밑에 이라크 정부군의마지막 검문소가 보이고 불과 50m떨어진 곳에 대치한 쿠르드족반군 검문소가 빤히 내려다 보였다.
유엔의 비행금지구역(북위 34도 이북)인 이곳에는 새로이 나타난 취재진의 동향을 살피려는듯 미군(美軍)비행기가 10분마다저공비행으로 정찰했다.
이 지역은 무력충돌이 벌어지면 미군전투기가 곧바로 보복폭격에나서는 위험지역이며 지난 7월에는 국경을 넘어온 터키 전투기의공습으로 70명이 숨진 곳이기도 하다.
1923년 강대국에 의한 영토분할에 따라 지금도 2천만명 이상이 이라크.터키.이란.시리아.러시아 등지에 흩어져 사는 세계최대의 유랑민족인 쿠르드족.
산 건너편에는 7백년동안 패배와 배반의 역사속에 한번도 독립국가를 이루지 못한채 異민족의 지배를 받아온 비운(悲運)의 쿠르드족 반군들이 활동하는 지역이다.
무장이라고는 경기관총이 전부인 이들은 다국적 군의 공중감시에의지해 불완전한 해방구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시적인 자유는 얻었지만 해방구의 생활은 비참한 상황이다. 험한 산악지형에서 유목생활로 생필품의 대부분을 외부에서조달해온 이들에 대해 이라크 정부는 전기는 물론 석유.가스등의공급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전체인구의 35%로 소수이면서도 정권을 잡고있는 후세인의 수니파는 이라크 남부에서도 시아파의 내환(內患)에 시달리고 있다. 최대 항구도시 바스라에는 중앙정부의 힘이 미치지만 우르지역등 남부지역의 나머지 대부분은 시아파가 장악하고 있으며 치안도마비상태다.
절도범의 손을 자르는등 이슬람 형벌로 치안 하나는 완벽했던 이라크 정부도 남부 쿠웨이트 국경을 향하는 외국 취재진에게『되도록 호텔에 머무르고 현금은 많이 갖고 다니지 말라』며 신변을걱정했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는 현재로선 시아파와 쿠르드족 반군 문제에대해 뽀족한 해결책을 찾지못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군 장교인 하톰 살라는『토벌에 나설 경우 다국적군의 개입을 불러오고 또 시아파에 대해서는 이란이,쿠르드족에 대해서는 터키가 배후에서 지원하는등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얽혀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언제든 전면 내전이라는 비극적 상황은 재현될 소지가 남아있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물러나고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완전 자치를 이룬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 가능성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아파에 남부를 넘겨줄 경우 이라크는 바다로 향한 관문이막혀 내륙국가로 전락하게 되고,쿠르드족이 분할을 요구하는 북부키르쿠크지역은 이라크 최대의 유전지대이기 때문에 바그다드 정부로서는 절대 양보할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바그다드 정부가 우세한 화력을 앞세워 대대적인 토벌에나설 경우 또다른 엄청난 희생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1년 걸프전 직후『반드시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겠다』는조지 부시美대통령의 약속을 믿고 무장봉기했던 쿠르드족과 시아파반군들은 막상 정부군의 진압이 시작되자 미국이『내정 간섭을 하지 않겠다』며 수수방관함에 따라 50만명의 난 민과 수만명의 희생자를 냈던 쓴 기억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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