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규제가 부패 부른다-하버드大 교수들 연구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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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 사회나 국가의 부패는 경제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인천 세무비리와 성수대교붕괴로 총체적인 부패구조가 사회문제로떠오른 가운데 부패를 경제이론으로 규명한 연구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하버드大의 안드레이 슐라이퍼교수와 로버트 비시니교수가 발표한 부패연구를 자세히 소개했다.
우선 이들은 공무원에게 제공되는 뇌물을(좋게 보아) 은밀한 형태의 세금으로 규정했다.즉 공공부문의 임금을 통상적인 세금대신 공무원들에게 직접 지불하는 변형된 세금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조건부」또는 「꼬리표 달린」세금은 여권허가나 수입승인과 같은 특정한 공공서비스와 관련되기 때문에 이런 일과 관계없는 대부분의 납세자들에게는 오히려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부패한 공무원들은 깨끗한 공무원들에 비해 더 낮은 임금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뇌물은 특히 공무원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해달라고부탁할 때보다도 쓸데없는 규제나 개입을 하지 말도록 요청할 때더욱 효과적이고 경제전체의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의 뇌물은 비밀스럽게 제공되기 때문에 투명한 거래에 비해 비효율적이다.뇌물의 시가(時價)가 공표되지 않는데서 생기는 불확실성이 투자와 성장전망을 심각하게 흐리는 것이다. 적정한 뇌물수준은 다른 경제분야와 마찬가지로 시장의 수급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만일 똑같은 일을 하는 공무원이 많다면 그만큼 뇌물가격은 떨어지고 반면에 공무원이 독점적인 권한을 가졌다면 뇌물수준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독점적인 지위에 있는 공무원이라도 어느 수준이상 뇌물값을 올리기는 어렵다.감당할 수 없는 뇌물은 기업의 사업의욕 자체를 꺾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규제의 단계마다 독점적인 권한을 가진 공무원들이 너무많다는데 있다.이들이 제각기 뇌물을 요구하다보면 기업이 부담하는 「추가세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통제되지 않고 부패한 행정조직은 결국은 자신들의 수입원(收入源)을 고갈 시키고 경제전체를 마비상태에 빠뜨리게 한다.
이때문에 부패구조는 이를 조정할 수 있는 단일권력을 추구한다.규제가 많으면 「상납」과 같은 조직적인 부패구조가 탄생하는 것이다. 마피아나 일부 독재국가에서는 시가(時價)보다 뇌물액수를 올리는 조직원을 제재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효율적인(?)부패시스템을 유지한다.그러나 러시아의 경우처럼 너무나 많은 부패관료가 있다보면 중앙권력도 이를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없게 된다.
부패를 세금으로 보든,규제완화로 보든 최적수준의 부패구조를 상정하기는 어렵다.부패가 규제를 줄이는 효과가 있더라도 부패한공무원들은 더 많은 규제를 만들어 이를 상쇄해 버린다.그런 규제는 뇌물로 피해가기보다는 처음부터 아예 없애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뇌물과 정경유착에 능한 기업은 보다 나은 제품을 만드는데 시간과 자원을 덜 쓰게 마련이다.이는 부패한 경제체제가 투자와 성장률을 떨어뜨린다는 통설을 뒷받침한다.
저자들은 부패는 언제나 불합리한 규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이같은 부패구조를 개선하는 최선책은 정치가와 관료들간에 경쟁을통한 견제뿐이라고 강조한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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