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民외교 공격 內憂겹친 민자당-政街 뒤흔든 노재봉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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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재봉(盧在鳳)의원이 1일 대정부 질문을 통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외교.통일 노선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그는 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부의 외교정책을 통렬히 비판했다.「신한국」의 구호까지 비판했다.
정부나 민자당으로서는 가장 아픈 곳을 찔린 격이다.
그렇지 않아도 북핵문제에 대한 외교적 혼선으로 여론의 지탄을받고있는 와중에 내부에서부터 공격받은 것이다.
민자당이 고민에 빠졌다.그의 대정부 질문을 문제삼을 것인지 여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비록 그가 민자당과 정부의 노선을 비판했다 해도 국회의원의 원내 발언을 문제삼는다는 것이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각종 사건.사고로 몰리고 있는 외환의 마당에 내우(內憂)까지 겹친다면 국민의 실망이 더욱 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盧의원의 처리문제로 골치를 썩이고 있다.
그냥 놔둘 수도,그렇다고 내쫓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2일의 민자당 당무회의는 비공개로 두시간가까이 열렸다.당연히盧의원문제가 주의제였다.
민자당이 盧의원을 그냥 놔둘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분명한 해당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조직의 일원으로 있을수 없는 일을했다는 논리다.
여권은 벌써 盧의원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놓고 있었다.계속정부를 비방할 경우 어떤 형태로든 당을 떠나게 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리고 그같은 입장은 간접적으로 盧의원 본인에게도 전달됐다는 후문이다.
그런데도 盧의원은 발언을 강행했다.당의 입장으로만 보면 당연히 징계위 회부감이다.민주계 일부 소장의원들은 『출당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으로서는 그럴수만도 없는 형편이다.
의원의 국회 발언은 면책특권이 있다.물론 盧의원이 법적 문제를 야기시키는 발언을 한것은 아니다.따라서 면책특권이 거론될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어찌됐든 국회발언을 이유로 징계한다는 것은 정치적 논란거리를 제공한다.
민자당이 신경쓰고 있는 점은 盧의원의 발언이 단순히 본인만의생각이 아니라는 점이다.
盧의원의 이날 발언중 상당부분은 민자당 민정계 일부 의원들이늘 하던 말이었다.상당한 동조세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2일의 민자당 당무회의에서 상당수 민정계 의원들은 『문제를 확대하지 말자』고 말했다.
민자당은 盧의원 자신이 당의 출당조치를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본인 의도대로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출당조치를 할 경우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다.
특히 재야인사 영입문제등으로 민자당내부의 이념상 거리감으로 문제가 자주 됐던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 문제는 당의 내분으로까지 번질 소지가 있다.
그래서 민자당은 절충점을 찾는 것 같다.우선은 본인의 공개 사과를 기대했다.
***절충점 모색중 이한동(李漢東)총무는 『본인의 충분한 성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盧의원이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그래서 본인 스스로 용단을 내려줄 것을 은근히 요구하고 있다.주로 민주계 다선의원들의 생각이다.
김봉조(金奉祚.장승포-거제)의원 같은 이는 『盧의원 자신의 자기정리가 있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盧의원은 민자당을 떠나게 되느냐 여부는 당내의 민주계와민정계의 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될 소지가 높다.
〈李年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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