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홍보 … 네거티브도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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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자 일간지 1면에 실린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신문 광고에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사진이 실려 있다. 이 후보의 얼굴에 누군가 연탄 가루를 발라주는 장면이다. 정 후보의 모습은 귀퉁이에 있는 조그만 캐리커처가 전부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명박 후보가 낸 광고 아니냐'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정 후보 측이 낸 이 광고에는 "군대는 안 갔지만 위장 하나는 자신 있다!"는 자극적인 문구가 적혀 있다. "키울 때는 위장전입! 키워서는 위장취업!"이란 내용이 이어진다.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자신 대신 상대 후보의 사진을 내세운, 선동적인 광고 전략인 셈이다.

각 후보 측의 광고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네거티브 선거전이 벌어지면서 정당 간 마찰도 격화되고 있다.

정 후보 측은 기호 2번인 이명박 후보를 겨냥해 '1번 생각하면 좋은 대통령이, 2번 생각하면 나쁜 대통령이 보인다'는 신문 광고도 냈다. '어 이상하다…아저씨는 왜 4대 의무를 지키지 않았어요?' '아껴야지! 건강보험료, 아낌없이! 핸드백' 등 이 후보 관련 의혹을 부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BBK 주가조작 의혹으로 이 후보의 지지층이 이탈 조짐을 보이는 시점이어서 '거짓말 대통령' 이미지를 확실히 심기 위해 네거티브 광고를 하고 있다"며 "정 후보의 인간적 면모를 선보이는 광고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발끈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흑색선거와의 전쟁을 선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권의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린다"며 "이명박 후보를 허위 비방하는 특별 당보를 살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없다'라는 책자까지 만들었다"고 신당 측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삼촌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정동영 후보는 가족을 파괴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정 후보를 향해 '패륜아'라는 표현도 썼다. 정 후보의 '가족행복 시대'를 겨냥한 네거티브 전략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차별화도 노리고 있다. 정작 광고에선 경제 살리기와 정권 교체를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의 신문광고엔 "좌절에 지친 사람들의 가슴에 그들은 무수한 말만 쏟아부었습니다. 이젠 실천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는 문구가 담겼다. 순댓국집 욕쟁이 할머니가 등장하는 TV광고에선 이 할머니가 이명박 후보에게 진한 지방 사투리로 "맨날 쓰잘데기 없이 쌈박질이나 하고 지랄들이여. 우린 먹고살기도 힘들어 죽겄어. 밥 처먹었으니께 경제는 꼭 살려라이, 알겄냐"라고 말한다.

정동영 후보 측도 신문 광고와는 달리 TV 광고에선 '행복을 꿈꾸는 소년'이란 제목으로 긍정적 면모를 강조했다. 재봉틀로 가계를 책임졌던 정 후보 어머니의 사진이 등장하는 광고에서 정 후보는 "죄송합니다. 당신의 행복을 약속합니다"라며 '가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호소한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알았습니다'란 TV 광고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아버지, 교육을 걱정하는 교사, 소녀가장의 모습을 보여주며 "출마 선언 후 많은 것을 잃었지만 국민의 마음을 알았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명박 후보의 사진이 실린 정 후보 측의 신문 광고에 대해 중앙선관위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법 규정과 판례, 선례 등에 비춰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선거 양상이 네거티브로 흐르지 않고 정책 경쟁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공명선거 협조요청 공문을 각 정당과 후보 측에 보내기로 했다.

김성탁.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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