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사회 경쟁 주입 주문-김대통령,발탁인사 지시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31일아침 全국무위원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을 청와대로 불러 조찬을 함께하면서 새 각오로 새 출발할것을 당부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충주호 유람선화재사건등 대형참사로 야기된총리의 사표제출과 반려,국회에서의 내각해임건의안 제출과 부결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흐트러진 각료와 참모들을 바로잡기 위한 모임이었다.
이날 金대통령은 국방.치안.안전사고예방등에 관한 국정운영의 대원칙을 밝히고 현안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와 당부를 했다.
金대통령의 여러 얘기중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공무원사회의 복지부동(伏地不動).무사안일에 대한 질책이다.
『우리 사회는 경쟁체제를 근간으로 발전하고 있는데유독 경쟁이없는 곳이 공무원사회』라든가『적당히 일하고 시간만 보내면 똑같은 보수를 받고 진급도 같이 한다는 식의 침체와 안일이 지배하고 있다.이래서는 발전이 없다』는 발언등은 金대통 령의 공무원에 대한 시각을 보여준다.
金대통령은『오늘부터라도 성실하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공무원들을대담히 발탁하는 인사제도를 마련하라』고 지시하고『연공(年功)이나 임용연도에 구애받지 말고 같은 연배라도 성실하면 동료보다 훨씬 앞서 승진하는 엄정한 신상필벌(信賞必罰)제 도를 시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연공서열제(年功序列制)의 탈피를 어느 때보다강도높게 주문한 것이다.
金대통령의 이런 주문은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나타난 공무원들의 태도에 대한 분노의 수위를 짐작케 한다.
아무리 위에서 챙기려 해도 하위직공무원들이 무사안일로 일관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는 것이다.윗물이 맑으면아랫물도 맑아질 줄 알았지만 일선 공무원들의 비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공무원사회의 안일한 자세를 바꾸기 위해서는 고질적인 연공서열제를 와해시켜야 가능하다는 결론이 났다.공무원사회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겠다는 의지다.
장관들에게 탁상공론(卓上空論)이나 하고 있지 말고 현장에서 직접 챙기라고 주문하고,교량.철도.부실아파트등의 안전점검을 서울시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중앙부서의 부서장이 직접 책임을 지고나서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앞으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기관장을 문책한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국방문제에 대해서는『국가의 힘을 보유하는 것만이 평화를 지키는 방안』이라고 힘에 바탕을 둔 평화를 강조했고,치안대책과 관련해서는『여성들이 마음놓고 밤거리를 다닐 수 있도록 치안대책을마련하고 증인 보복살해범은 치안력을 총동원해 잡 으라』고 지시했다. 金대통령은 이날 조찬을 계기로『앞으로 당분간 개각은 하지 않을테니 열심히 뛰라』는 격려를 하려했던 것 같다.「심기일전」「새 각오」「새 출발」이라는 얘기도 여러번 반복됐다.깜짝쇼나 개각등 정치적 해법이 아니라 통치차원에서의 해결책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金斗宇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