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있는생각>초고속 통신망 계획에 장애인복지도 함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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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내 친구 박우형군은 80년 교통사고로 인한 척추손상장애인이다.걷지 못하기에 휠체어를 타야만 하고 손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기에 음식수발을 옆에서 거들어줘야 한다.다만 목 이상 부위만 자유로워 그의 명석한 두뇌,뛰어난 감각기관,그 리고 불편하지만 겨우 움직이는 팔로 꿋꿋하게 생활하고 있다.
사고가 난지 10여년이 지난 92년 어느 독지가가 그에게 컴퓨터를 마련해준 이후 이제 컴퓨터는 그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됐다.마비된 손가락으로는 자판을 칠 수 없어 젓가락처럼 생긴 도구를 손에 끼고 자판을 정상인만큼 잘 친다 .그래서 그는 얼마전 장문의 수필을 동창회지에 기고했고 요즈음은 전자출판으로 수기를 출간할 준비를 하고 있다.오래전부터 하이텔에 가입해 대화방에 들었고,전자메일로 안면은 없지만 대화가 통하는 젊은 PC통신인들과 대화를 나눈다.최근에 는 자신의 486PC에요즈음 유행하는 멀티미디어기능을 장착하기 위해 용산 전자상가로나들이할 예정이라고 한다.우리나라에도 선천적인 장애나 교통사고와 각종 재해로 인한 장애인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이들중에는 정보기기를 이용해 육 체적 장애를 훌륭히 극복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청각장애와 언어장애를 가진 어떤 사람은 항상 노트북 컴퓨터를갖고 다니면서 CRT 화면으로 상대방과 대화를 한다.대화가 끝나면 저장할 수도 있으니 자료의 저장효과도 만점이다.PC통신망인 하이텔에는 「두리하나」라는 장애인을 위한 P C통신 대화방이 있는데 가입자가 약 1천5백명에 이른다.초기화면에서 「GORehab」으로 들어가면 「나만의 장애극복기」「장애인을 위한 게시판」「장애복지시설」등이 소개되고 회원끼리의 활발한 PC통신대화로 서로 연대감을 증진시키고 장 애극복을 위한 활발한 정보교환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장애인 복지통신을 보면서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장애인들에게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흔히들 정보화가 되면 출근할 필요도 없이 가정에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일할 수 있다고 한다.물리적인 출퇴근이 필 요없는 직장이라면 장애인들에게는 얼마나 좋은 직장이겠는가.
우리나라도 금년부터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기구도 발족했고 자문회의도 구성해 엄청난 재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한다.꿈의 초고속정보통신계획에 장애인들에게 직업과 복지를 제공하는 계획도 조금씩은 포함되었으면 한다.
〈필자는 지난번 기고 「가족과의 신대화법」을 읽고 해외에 있는 자녀들과 팩스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분께 인터네트에 의한PC통신방법이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서울大 심리학과卒▲美뉴욕주립大 정치심리학박사▲통신개발연구원 연구위원▲21세기위원회 전문위원▲現㈜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 〈다음주 월요일자 본란에는양유석(梁裕錫)통신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의 글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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