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장에 관한 3가지 오해와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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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시장은 ‘대체로’ 똑똑하다. 시장은 자신을 거스르는 자에겐 마이너스 수익률이라는 철퇴로 응징한다. 그러나 시장도 ‘가끔’ 착각을 한다. 다음은 지금 시장이 오해하고 있는 몇 가지 것들.

  ①‘중국 관련주’는 중국 관련주가 아니다?=지금까지 시장의 주도주는 조선·기계·철강이었다. 시장에서는 이를 편하게 ‘중국 관련주’라 불렀다. 그러나 이렇게 분류되는 종목을 뜯어 보면 얘기가 다르다. 27일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중국 효과의 선두 주자 역할을 했던 두산중공업의 지역별 매출 분포를 살펴봤다. 아시아 비중이 2005년 12.8%에서 지난해 14%로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중동 비중(21.1%)이 높은 상태다. 현대미포조선도 유럽 비중이 아시아의 4배를 웃돈다. 철강 업종의 맏형인 포스코 또한 지난해 기준 내수 비중이 70%에 육박했지만 중국 비중은 11.9%에 그쳤다. 박소연 연구원은 “관성적으로 중국 관련주로 불렸던 주식들은 실제로 중국 경제보다는 여타 신흥시장 동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중국 증시 움직임에 지나치게 목매어 이들 종목을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②조정장에서 미래에셋이 왕따 당했다?=이달 들어 증시가 주춤하자 시장에서는 다른 운용사들이 합작해 미래에셋이 사들인 종목을 의도적으로 팔아 치운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이달 들어 27일까지 투신이 사들인 종목 상위 20개와 판 종목 상위 20개를 비교해 보면 헛소문임을 짐작할 수 있다.

 투신의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종목은 LG데이콤·동양제철화학·삼성물산·현대건설 4개에 불과하다. 반면 순매수 종목 상위 20개 가운데선 LG전자·두산중공업·현대중공업 등 10개가 겹친다. 투신의 매매 물량에 미래에셋 물량이 상당 부분(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의 36%)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투신이 의도적으로 미래에셋을 왕따시키는 전략을 썼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 오히려 외국인들이 미래에셋과 반대로 움직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순매도한 종목 상위 20개 가운데 미래에셋이 지분 5%를 보유한 종목이 8개나 들어 있었다. 반면 순매수 종목 상위 20개 중 미래에셋과 겹치는 종목은 3개에 그쳤다.

  ③가치주 펀드에 가치주가 없다?=상반기 가치주가 일제히 제 ‘가치’를 발휘하면서 이들을 편입한 가치주 펀드가 인기를 끌었다. 상반기 수익률 상위 펀드에는 가치주 펀드가 대거 포진해 있다. 그러나 3분기 이후 가치주가 급락세를 보이자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도 곤두박질쳤다. 그 결과 일부 가치주 펀드는 시장 평균수익률을 좇 기 위해 성장주를 대거 편입했다.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전무는 “가치주 펀드로 분류되는 것들 중에서 실제 투자전략을 바꾼 펀드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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