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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인물탐구>"이여자가 사는법" 애교만점 주부役이효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이 여자가 사는 법』(SBS)을 시청하는 주부라면 요즘 남편의 귀가를 맞아「이효춘 흉내내기」를 한번쯤 해봤음직하다.『여보.피곤하시지요.저녁은요.커피드려요.양말 벗겨드릴게요.』 애교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남편의 품에 안기는「이효춘」( 극중 유순애)을 패러디해보는 주부들은 십중팔구 경멸과 조소의 시선으로 그녀를 읽고 있기도 하다.「시대를 거꾸로 가는 아내상」에 대한비웃음 이면엔 『남편들은 이효춘을 어떻게 받아들일까』하는 일말의 호기심이 작동하기도 한다.
그녀에게 남편은 자신의 모든 세상이다.남편에게 화장 안한 얼굴을 보여주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자신이 남편(유인촌扮)에게 최고의 부인인 만큼 남편은 마땅히 『게리 쿠퍼같은』(극중 대사)존재여야 한다.귀가하자마자 『밥먹자』는 남편 의 시큰둥한반응엔 『당신 입에서 밥 소리가 나오면 이상하다』는 식이다.마땅히 『낙엽.호수.바바리.파란 하늘등의 단어가 어울리는 고상한존재』로 남편을 자리매김하며 심각한 「왕비병」에 걸려있는 40대주부를 상징하고 있다.
여성의 40대.인생 황금기와 완숙기 사이의 모호한 사추기(思秋期).남편을 행복의 방편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처지의 40대여성들에게 「이효춘」은 전혀 딴세상의 허구만은 아닐 듯싶다.귀여웠던 자녀는 이미 커버렸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선 어느새소외된 자신을 찾아낼 즈음 손에 잡히는 행복에의 「돌파구」는 유일할 뿐이다.
가정에선 모범적인 남편은 결국 그녀의 동창과 은밀한 외도를 즐기며 이를『이유있는 반항』이라고 치부해버린다.남편이「그녀의 사는 법」을 향해 『늘 행복해야 하는 강박과 자신의 상실』을 외쳐 다시 원점으로 우리를 회귀케 한다.『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걸까』.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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