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함께>데뷔13년만에 활짝 조형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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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우리 아빠는 되게 웃긴다.「탈렌트」인데 개그맨보다 더 웃긴다.(중략)그래서 나는 우리 아빠를 「탈개맨」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끈적끈적 능청스러운 코믹연기로 한층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기탤런트 조형기(趙炯基.37)가 훔쳐본 아홉살짜리 장남의일기다. 말 그대로 그는 평소에도 싱거운 소리 잘하는 「되게 웃기는」사람으로 통한다.
KBS대하드라마 『인간의 땅』 촬영차 산골짝을 누비고 다니느라 40시간째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자리에 앉자마자 오랜 지기를 만난 것처럼 웃기는 얘기를 늘어 놓는다.
『요즘 길을 갈때면 열명쯤 뒤에 달고 다녀요.꼬마들이 「좌우지장장」거리며 졸졸 따라 오거든요.』 「좌우지장장」은 조형기가국내 최초(?)로 개발한 신토불이(身土不二)팝송 메들리의 전주곡이다. 『원래 학창시절(보성고)에 친구들을 웃기느라 우스개로하던 거였어요.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든 할수 있는 거잖아요.그런데 드라마에서 한번 했더니 예상외로 반응이 좋더라고요.친구들이 「아직도 좌우지장장이냐.결국은 써먹는구나」하고 놀리 기도 하지만요.』 무슨 모임에라도 한번 가면 『나도 가수처럼 잘부를수 있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성화에 못이겨 결국은 팝송 메들리를 불러야 한단다.
『코믹연기로 인기를 얻다보니 영화.CF 제의가 여기저기에서 들어와 사정이 많이 좋아졌어요.손지창만은 못하겠지만 10년동안한통도 못받았던 팬레터도 하루 5~6통씩 오고요.2~3년전만 해도 「아저씨」였는데 요즘은 「형기오빠」로 통해 요.MBC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악역인 정자 남편으로 나올 때는 술집에서 한 취객에게 술병으로 얻어맞을 뻔도 했지만 지금은 엘리베이터를 타면 그안이 온통 웃음바다가 돼 오히려 난감할 때도 많고요.』 그는 현재 TV외에 영화 『마누라 죽이기』에 출연하고 있고 국내 최초의 성인만화영화 『블루 시걸』에도 목소리 녹음을하는등 13년 연기생활(82년 MBC탤런트 공채)중 가장 바쁜해를 보내고 있다.
물론 신토불이 팝송 메들리도 『조형기의 탑 오브 더 월드』(혀를 굴릴 필요없이 문자 그대로 읽어야 신토불이 맛이 난다)라는 타이틀로 음반 취입했다.『사람들이 저를 보고 즐거워하니 기분은 좋지만 코믹연기자로 규정되는 것은 원치 않아 요.끊임없는변신이 연기자의 생명 아니겠어요.「저 친구가 이번엔 뭘 보여줄까」하는 팬들의 기대도 사라지지 말아야지요.방송이나 영화 어느쪽도 그럴 계획은 없는 눈치지만 차인표 역할이 제게 주어진다면당장 체중을 10여㎏ 줄여 도전해 볼 준비도 돼있어요.』 오랜무명시절 주로 특집극에만 출연,「특집배우」라는 별명도 한때 가진 적이 있지만 오히려 연기력을 쌓을수 있는 배역 복을 누구보다 많이 누렸다는 생각이다.
***무명시절 「특집배우」 별명 인기가 오르는 것이 좋긴 하지만 아버지가 인기인이라는 사실을 아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같아 조금은 걱정이다.『저도 표정관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나 봐요.친구들이 사인 받아 달라고 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요.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 을 것같아요.어린시절 저도 아버지(성격파영화배우였던 故조항씨)이름을 마구 불러대는 친구들과 많이 다퉜으니까요.』 지난 4월 미국으로 이민간 어머니도 처음엔 아들이남편과 다른 길을 걷길 바랐지만 지금은 국제전화로 『여기에서도「좌우지장장」이 인기다』고 전할 정도로 성원이 대단하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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