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사태 수사결과 일부 領官장교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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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차세대 군(軍)을 이끌어갈 영관급 장교들은 29일 12.12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론을 지켜보며 대부분 심한 불만을 표출했다. 『하나회를 주축으로 한 정치군인들의 엄연한 하극상(下剋上)인데 기소유예가 웬 말이냐』(육군 某중령),『군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군부반란.정치개입 행위에 대한 단호한 사법적 제재가 있어야 한다』(육군 某소령)등 검찰의 정치적 결정을 매우못마땅해 하는 분위기였다.
개별적으로 정도 차이는 있으나 영관급 장교들은 대체로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두 전직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군선배들의 정치행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들에 비해 군고위급 장성들은 되도록 입조심하는 등 반응이 보다 복잡하다.그만큼 평가도 여러 갈래다.특히 군에 몇몇남지않은 하나회출신 장성들은 일언반구(一言半口)도 없다.
어쩌다 입을 떼는 장군들은『현실적으로 어쩔 수없는 결론』『과거를 탓해 무엇하랴』등 검찰의 결론을 수용하는 모습들이다.
한 고위관계자는『全.盧 두 전직 대통령은 이미 국민으로부터 대통령으로서 인정도 받았고 올림픽을 치르는등 어느 정도 공적도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뒤『검찰의 결정은 정당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그는 평소에 하나회의「횡포」를 상당히 분개해 했던 장성이다. 장군중에는 젊은 장교들과는 반대로 12.12 주도자들을 옹호하는 이들도 없지않다.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某장군은『과거의 잘못을 캐내 단죄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오히려 12.12사태를 주도한 군인들을 진압하려는 측의 직무유기 책임도 간과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화살을 진압군쪽으로 돌렸다.
12.12 당시 영관급 장교로서 12.12주역들에 대해 비판했다던 한 장군은『대통령의 사면이라는 좀더 정치적 결정을 내려야 했다』며『12.12가 분명 역사의 비극이긴하나 이제와 과거를 왈가왈부해 무엇하겠느냐』고 말했다.
즉 과거 미국의 포드대통령이 워터게이트사건의 닉슨대통령을 사면조치했던 점을 상기시키면서「반란죄 적용→기소유예」보다는 다소번거롭더라도「국회동의→일반사면」의 수순이 모양 갖추기로서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처럼 장성급들은 대체로 검찰수사결과를 수용하는 쪽이 대세이면서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미묘한 분위기임을 엿볼 수 있다.
영관급장교들이 12.12에 비판적인 이유는 사건의 핵심이 군기강을 무너뜨린 하극상이라는데 모아진다.
한 초급장교는『12.12는 하극상이다.왜 요즘 53사단 군기문란사건을 가지고 시끌법석하겠는가.바로 하극상은 12.12때부터 있었으며 53사단사건은 12.12의 유물』이라고 개탄했다.
또 다른 장교는『과거의 명백한 잘못에 대해 확실하게 처리하지않으면 군의 개혁은 있을 수 없다』고 개혁차원의 과감한 조치를강조했다.
한 대령은『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인은상관에게 절대 복종해야 한다』고 전제,『그러나 군의 화합.단결이라는 측면에서 이제「죄」는 인정됐으니「벌」은 후세에 맡기자』고 했다.
역사적으로 평가할 사건을 검찰이 재단하는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고『검찰의 이같은 결정으로 인해 이제 앞으로 군기에 대한 군법 집행이 어려워졌다』는 토로도 나왔다.
〈鄭善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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