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잊혀진 균형감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요즈음 온 국민의 관심은 연발되는 국내 대형사건.사고에 집중되어 있다.사고만을 보아도 여객기 추락및 화재.철도 탈선.지하통신구 화재.가스폭발 건물붕괴.연락선 침몰.교량붕괴.유람선화재등 하늘.뭍.물에서 다양하게,그리고 짧은 기간에 잇따라 발생하여 충격적이었다.다음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의 사고가 얼마나큰 인명및 재산의 피해를 강요할지 사람들의 심경은 조마조마하다.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우리는 일의 완급(緩急)을 가려 균형감각을 유지하도록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특히 세가지 차원의균형이 바람직하다.
첫번째는 국내 대형사고 이외에도 우리의 주의깊은 관심과 해결노력을 기다리는 중대한 과제들이 얼마든지 있다.예컨대 북한(北韓)의 핵개발 위협이 최근 北-美간의 아리송한 협상타결로 일단매듭지어지는 듯한 가운데 우리는 한국의 득실(得 失)을 냉철하게 따지고 부담해야할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이러한 과제의 중요성은 성수(聖水)대교 몇십개에 해당하는 것이다.그리고 내년세계무역기구(WTO)출범을 앞두고 정비해야 할 국내경제사회의 과제들은 산적돼 있다.
두번째 차원은 시간흐름에 따른 사직당국과 일반국민의 관심수준불균형을 바로잡아 지속성을 유지하는 일이다.처음에는 으레 날카롭던 정부수뇌부와 수사기관들의 서슬이나 언론매체와 국민의 관심이 새로운 사건.사고들에 묻힘에 따라 둔화.망각 되는 것이 상례다.아마 이번 사고 역시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세번째 차원은 사고책임규명의 철저성에 있다.아마도 요즘 검.
경찰의 움직임으로 보아 교량붕괴사고와직.간접으로 연루된 중하위직 공직자들 상당수가 다치게 될 모양이다.그러나 따지고보면 우리사회 각계각층에 팽배해 있는 적당주의가 사실상 이번 사고의 진범(眞犯)인 셈이다.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등 어느 부문치고 졸속.편의.적당주의가 지배하지 않는 구석이 없다.토목사업의경우는 부실공사 여부가 조만간 드러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그러나 우리는 지금 외교.안보 .치안등 측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붕괴과정이 이미 상당히 진행돼 제2,제3의 성수대교는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지 냉철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현정부임기 60개월 가운데 이미 3분의 1인 20개월이 경과했다.할 일은 많고 잔여기간은 짧다.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문제접근 기본방법은 어떠해야 하는가.
우리사회의 가용(可用)자원을 점검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선 주어진 자원의 제약조건 아래서 잔여 40개월동안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사업들의 우선 순위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만일 최근의 보도처럼 한강을 연결하는 교량 대부 분이 재시공또는 대규모 개.보수 작업을 필요로 할 경우,이미 빠듯하게 가동되고 있는 국내건설자원만으로 단기간내 모두 감당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고속철도건설의 공사일정을 수도 서울의 시내교통지옥 해소를 위해 필요에 따라 조정하 고,실리보다 명분을 앞세운 일부 철거공사도 재고되어야 한다.
둘째로 국내건설자원의 부족이 절실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외자원의 수입을 고려해야 한다.국내시장개방 스케줄을 다소 앞당겨 설계.감리는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시공까지도 외국기업의 참여를허용할 필요가 있다.국내토목건설업계는 그간 산업 보호의 온실속에서 업자끼리 담합(談合)을 통해 수요자의 권익을 희생하며 성장해왔다.제품의 품질로 경쟁하는 시장분위기 조성을 위해 공사입찰.하청관계등 제도적 개선과 아울러 외국기업의 국내수주(受注)활동을 허용.권장하여 국내기업의 분발 을 자극해야 할 것이다.
***다음 정부와도 分業을 셋째로 자원제약이 구속적일 경우에는 시간을 통한 분업(分業),다시 말해 다음 정부와의 분업을 고려하여야 한다.현정부에 주어진 시간과 자원제약을 고려하면 모든 한강교량보수를 임기내 끝내기는 불가능하다.교통수요가 큰 다리 몇개를 선택 하여 성실시공의 모범을 보이고 나머지는 다음 정부에 넘겨주는 것이다.
정부간.세대간에 이처럼 주요과제들을 분담하는 가운데 일관성을유지하며 이어가는 사회는 발전하고,상호간의 험구(險口)로 단락(段落)이 잦은 사회는 쇠퇴한다.
〈서강대교수.경제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