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12.12사태진상 검찰 수사발표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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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이 29일 수사착수 1년5개월여만에 12.12사태 수사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이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졌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결과에 정승화(鄭昇和) 당시 육군참모총장등 고소인측과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前대통령등 피고소인측 모두가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공소시효 만료일(12월13일)까지 사법처리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의 이번 결정은 정권창출로 이어진 군사행동에 대한 사법처리로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예를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결정이다.따라서 앞으로 이 결정과 관련한 정치.사회적 파문은 물론국내외 정치.군사.역사학적 차원의 각종 분석과 의미부여등 학문적인 접근과 해석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결정은 우리나라 최근세사중 정치행위에 대한 검찰의첫 사법적판단이어서 사료적 측면에서의 가치도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이 사건에 대한 고발장 접수를 시작으로 모두 10건의 고소.고발장과 8건의 진정서를 접수,1년5개월간1백51명의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수사기록도 1만6천여쪽에 이를 정도로 단일사건으로는 거의 최 대 조사분량이다. 검찰이 이 사건 피고소.고발인에 대해 군형법상 반란 혐의등을 인정하면서도 기소유예키로 한 것은 정치.사회적 파장을 고려한 절충적인 선택으로 해석된다.전직 대통령들을 기소함으로써 안게될 현정부의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 문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군형법상 중죄인 반란행위를 인정하면서도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법논리상 모순된다고 지적하고 있다.검찰이 기소유예 사유로 내세우는 국가발전에 대한 기여도등은 재판과정에서정상에 참작할 사유는 될 수 있지만 기소 여부를 결정짓는 이유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또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12.12사태에 대해『하극상에 의한 군사 쿠데타적 사건』이라고 한 언급중 하극상 부분에 대해서만 법률적 뒷받침을 해준 셈이다.당시의 군사행동은군 형법상 반란에 해당하는 하극상이지만 쿠데타 로 이어지는가에대한 부분(내란혐의)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내란죄가 성립되려면 국헌문란의 목적(정권탈취의 목적)이 필요하나 이 사건으로 정부조직 자체가 파괴되지 않았고 대통령등 헌법기관이 그대로 유지돼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있다.
그러나 내년 5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검찰에서 수사중인 5.18 고소사건 결정에선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이 불가피하다.
즉 이 사건 처리과정에서 내란혐의 인정여부가 12.12,5.18,정권창출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사법적 차원 에서 쿠데타로 보느냐 안보느냐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고소인들은 항고.재항고.헌법소원을,피고소인 측은 바로 항고하거나 무죄취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낼 수 있다.
검찰의 결정에 고소인.피고소인 모두 항고를 한다는 입장이다.
고소인측은 죄를 인정하고도 기소하지 않은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고 피고소인측은 혐의를 인정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을 시간이 부족해 결국 공소시효 만료를 넘기면서 12.12사태는 군사반란인 하극상이라는 사법적 판단만을 남긴채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金佑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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