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억류 포로 송환 노력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국전쟁 당시 포로가 돼 북한에 끌려갔다가 43년만에 탈출,귀환한 육군소위 조창호(趙昌浩)씨가 들려주는 피눈물 어린 증언가운데 우리가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대목이 들어 있다.
국방부 전사(戰史)편찬위원회는 한국전쟁당시 실종 또는 포로가된 국군의 숫자를 8만2천3백18명으로 추정하고 있다.유엔군에선 국군포로를 8만8천여명으로 파악하고 있다.그에 반해 53년정전후 포로교환에서 돌아온 국군은 7천1백42 명 뿐이다.전사연구가들은 이를 토대로 전쟁이 끝난후 북한에 남은 국군포로 숫자를 8만명으로 잡고 그중 5만명이 살아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 우리가 우선 느끼는 것은 뼈아픈 자괴심(自愧心)이다.그동안 숱한 남북회담이 열렸지만 우리는 한번도 이 문제를 제대로 거론한 적이 없다.우리의 고질적(痼疾的)병폐인 역사에 대한 건망증(健忘症)과 인권(人權)에 대 한 무감각이 여기에서도 예외없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한국전쟁에서 우리와 같이 싸운 미국이 북한 땅에서 희생된 미군 병사들의 유해(遺骸)를 돌려받기 위해 지금도 북한당국과 협상을 벌이는 것과는 큰 대조가 아닐수 없다.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북한당국이 저지르고 있는 반(反) 인간적 행위다.북한은 전쟁포로에 관한 국제협약인 제네바협약을 무시한 국군포로에 대한 인권말살 행위를 중단하고 그들을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그것이야말로 아직 도 깊게 남아있는 한국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며 궁극적으로 민족통일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북한에 남아있는 국군포로들에 대한 생존여부조사와 이들의 정당한 대우및 송환(送還)을 위한 노력에 나서야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