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엠바고와 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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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세계적 과학저널인 '사이언스'나 '네이처'등에 논문을 발표하는 일은 연간 10여 편에 그칠 정도다. 그렇게 어려운 만큼 그 연구 성과에 실리는 무게 또한 큰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국내 과학자들이 이들 저널에 실은 연구 성과 역시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것들이었다.

이 때문에 과학자의 상당수는 논문발표 전에 과학기술부나 보건복지부 등 연구비를 지원하는 기관을 담당하는 기자들에게 연구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갖는다. 의학의 경우도 해당 대학교 또는 병원에서 비슷한 자리를 대부분 마련한다.

2002년에 우주 나이 측정 관련 천문학계의 난제를 해결한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세대 이영욱 교수 팀 역시 발표 전날 과학기술부 기자실에 와서 설명을 했다. 지난해 네이처의 표지를 장식했던 ㈜크리스털지노믹스의 '비아그라의 작용 원리'를 밝힌 논문은 3일 전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런 자료에는 엠바고(취재원이 요구하는 일정 기간까지의 보도 자제 요청)가 항상 적혀 있으며,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관례였다.

과학저널에 발표하는 과학자가 그 저널이 정한 엠바고를 국내 언론사에 정확하게 알려주는 작업이 뒤따랐던 것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국내 과학자가 사이언스나 네이처에 발표했던 연구 성과의 엠바고가 성립됐던 것이다. 과학.정보통신계를 15년 가까이 담당했던 기자는 이렇게 하는 것을 엠바고로 여겨왔다.

이번에 서울대 황우석.문신용 교수가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 성과 역시 세계 줄기세포 연구에 한 획을 긋는 대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사전에 보도자료가 없었음은 물론, 어떤 종류의 설명회를 열거나 엠바고를 요청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사들이 중앙일보의 특종 보도를 문제 삼아 엠바고를 깼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박방주 과학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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