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司法시험여성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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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셰익스피어는 햄릿의 독백을 통해『약한 자여,그대 이름은 여자니라』고 한탄하면서도 다른 작품에선「약한 여성」의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많은 주인공을 창조해내고 있다.대표적인 여성 가운데 하나가『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포셔다.그녀는 미모를 갖춘 명문가의 딸인데다 지혜롭고 총명하며 사려(思慮)도 깊다.어떻게변장하고 재판장석에 앉을 수 있었는지 당시의 제도적 배경은 알수 없지만,그녀는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에게 저당잡힌 약혼자 바사니오의 생명을 기지(機智)로써 구해내는 것이다.그 재판과정이더욱 재미있고 통쾌감을 주는 것도 여성에 의한 재판이기 때문이다. 예나 이제나 여성이 법을 다루는 자리에 앉게되면 사람들은신기해 하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게 마련이다.「법은 딱딱하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따라서 그것을 행사하는 것이「나긋나긋한」여성의 보편적 속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통념 탓이다.
이같은 통념은 종속성(從屬性)열등성(劣等性)편협성(偏狹性)이기성(利己性)등을 이유로 여성의 사회진출을 봉쇄했던 우리네 전통적 남존여비(男尊女卑)사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7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여성의 법조계 진출이 본격화함에 따라 이제 법을 다루는 일이 남성의 전유물만은 아니게 됐다.활동중인 여성 판.검사가 60여명,변호사와 연수생까지 합하면 그 숫자가 1백30여명에 이른다.성비(性比)로 따지면 판사가 4%대,검사는 1%에도 못미치지만 진출속도는 날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여성의 법조계 진출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견해가 그럴 듯하다.법 조인은 우선 법 조항을 하나도 놓치지 않을 만큼 섬세.치밀하고 기억력이 뛰어나야 하는데그런 점에서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적합하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냉혹하기만한 법정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데도 한몫 하지 않을까.
올 사법시험 합격자 2백90명 가운데 여성합격자가 31명(10.7%)이나 된다는 사실은 앞으로 법조계의 여성파워가 만만치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특히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국민학교를 중퇴하고 줄곧 검정고시를거친 한 30대 여성의 합격은 「인간승리」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남성들이 해내지 못하는 법조계의 여러가지 일들을 이제는여성들에게나 기대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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