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다리안전한가>5.원효대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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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원효대교는 지난해 말부터 대수술을 받고있다.서울시가 개통한지12년만에 총공사비 65억3천만원을 들여 전면보수공사를 벌이고있는 것이다.완공시기는 내년6월.공사기간중 4차선 도로를 2차선으로 줄이고 차량 속도도 시속 20㎞로 제한 해 통행시키고 있다.당초 건설비의 4분의1을 쏟아붓는 보수공사로 돈은 돈대로들고 시민들은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것이다.
길이 1천5백m의 원효대교는 공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설계.시공됐어야 함에도 외부의 입김으로 설계.시공이 변경되었고 완공 1년여만에 서울시에「기부채납」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원효대교는 동아건설이 20년 유상사용 조건으로 2백45억원을들여 국내 처음 민자유치방식으로 78년7월 착공,81년11월 완공한 다리.
그러나 완공후 2~3년이 지나면서부터 교각과 교각 사이의 상판 접합 부위가 푹 꺼져들기 시작해 통행 차량이 파도를 타듯 요동치곤 했다.
국내최초로 디비다그공법으로 건설된 원효대교는 공법의 특성에 따라 교량상판간의 이음새 부분이 시공후에 나타나는 콘크리트의 크리프현상으로 일정기간동안 내려앉는 것을 감안,이음새 부분을 수평보다 15~20㎝정도 높게 시공해야 하나 회사 측은 시공도중 이를 갑자기 변경했던 것이다.
『박정희(朴正熙)前대통령이 개통식날 맨처음 시주(試走)하는데다리 중간 중간이 불룩 불룩 튀어 나와있으면 좋지않다』는 당국의 요구에 따라 설계를 변경,평탄하게 상판을 시공한 것이다.
무리한 설계변경은 곧 바로 부실을 낳아 당초 우려했던 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교각과 교각 중간의 상판 이음새 부분이 밑으로처지기 시작했으며 심한 곳은 20㎝나 처져 전면보수가 불가피 했다. 서울시는 이번 보수공사를 통해 교량 상판의 처짐을 회복시키고 내구성 등을 개선,설계하중 DB18(최고허용하중=32.
8t)인 2등교를 DB24(43.2t)인 1등교로 만들 계획이다.서울시 관계자는『상판처짐상태가 구조물의 유지에 영향을 미칠만큼 위험할 정도는 아니지만 차량통행시의 충격.진동 등으로 교량 파손을 막기 위해 보수공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다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늘 불안해 한다.
출퇴근 때마다 이 다리를 지나는 李모(37.여의도동 시범아파트)씨는『상판이 처진 부분을 지날 때마다 차와 다리가 진동으로흔들려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와관련,26일 본사 교량안전진단팀의 일원으로 상판 밑부분을돌아본 성천경(成天慶.유신설계공단)박사는『균열이나 부식이 거의없는 상판상태로 보아 설계가 제대로 됐으면 현재로서는 보수할 필요가 없었다』고 진단했다.
成박사는 외국에서는 20~30년전부터 교각 사이의 상판을 힌지로 연결하는 디비다그방식을 쓰지않고 대신 교각과 상판 사이에롤러 베어링을 넣는 방법으로 상판처짐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효대교는 완공한지 12년 밖에 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다른 한강다리에 비해 상판 콘크리트및 교각의 균열이나 부식현상은거의 없는 편.다만 여의도 고수부지의 일부 교각들의 경우 피복두께가 얇아 철근이 노출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신혜경(申惠璟)본사전문기자(工博)는『디비다그공법은 고강도 시멘트를 쓰기 때문에 콘크리트 구조물 자체는 큰 부식이 없는 편』이라며『설계잘못으로 전면보수공사를 최소한 10년은 앞당겨 실시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이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보수공사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나치게 처져버린 상판 상태를 완전히 회복시키거나 완전한 1등급 다리로 만드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보수를 맡은 동아건설측도 완전회복이 불가능한 부분은 아스콘 포장으로 덧씌워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이 다리를 진단한 대한토목학회는 교각 수면부위의침식(10㎝)으로 철근이 드러난 강북쪽 첫번째 수중교각을 보수하고 교량진출입구가 갈라지는 부분에 세운 콘크리트 방어구조물도충돌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고무등의 재질로 대체할 것을 건의했다. 〈鄭基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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