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 신임 검찰총장이 어제 공식 취임했다. ‘임채진호(號) 검찰’은 닻을 올리자마자 전임 정상명 총장의 지적대로 ‘역사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던져졌다. 그만큼 선장의 책임도 무겁고 그를 향한 국민적 관심도 크다.
임채진호 앞에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 의혹, 삼성그룹 비자금과 불법 로비 의혹 등 대선판도를 뒤바꿀 만한 폭발력을 지닌 ‘암초’들이 산재해 있다. 게다가 총장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는 ‘특별수사감찰본부’가 자신의 임기 시작과 함께 가동됐고 특별검사법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따른 진실 공방을 벌이며 검찰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이 모두 언제 임채진호를 좌초시킬 만한 태풍으로 확대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러 모로 난항이 예상되지만 그럴수록 정도(正道)를 지켜야 한다. 역시 정 전 총장의 퇴임사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겠다. “유불리(有不利)를 따지지 말고 ‘진실의 칼’ 하나로 승부하라”는 전임자 말을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
다행히 임 총장도 취임사에서 “부당한 외압에서 검찰을 지켜내라는 것이 검찰총장에 대한 국민의 지상명령”이라고 밝혔다.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배제하고 오직 ‘진실이 무엇인가’만을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
임 총장은 그러한 초심을 지켜 검찰에 맡겨진 모든 의혹을 오직 ‘진실의 잣대’ 하나만으로 판단해 국민 앞에 한 점 부끄럼 없는, 그래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왜곡되지 않고 민주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엄정한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총장 자신이 거명된 삼성 비자금 의혹에서도 살신성인의 자세로 특검 여부와 상관없이 특별수사본부가 철저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임 총장에게 닥친 시험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임 총장의 말대로 “검찰의 불편부당함과 공명정대함을 국민과 역사 앞에 평가받는 절체절명의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임 총장의 처신에 따라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