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拙速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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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졸(拙)은 와 出의 결합이다.한자에서 는 손을 뜻하는 手와 같고 出은 본디 초목이 처음 지표(地表)를 뚫고 솟아오르는 상태,곧 제멋대로 들쑥날쑥 자라는 모습이다.따라서 본디 뜻은 「나오다」「제멋대로」의 뜻이 있다.
손이 제멋대로라면 문제가 있다.손은 재주.기예(技藝)의 상징인데 그것이 제멋대로라면 재주에 문제가 있다는 뜻도 된다.따라서 拙은 「미숙한 재주」「서툰 기예」를 뜻한다.물론 좋은 뜻일리 없다.졸렬(拙劣),졸장부(拙丈夫),치졸(稚拙 ),옹졸(壅拙)이 있다.
속(速)은 움직임을 뜻하는 (착)과 묶다는 뜻의 束이 결합된글자다.곧 묶고 나서(束)움직이는 것()이 速이다.옛날의 옷은여러가지로 거추장스런 점이 많았다.그래서 서두르기 위해서는 이곳저곳을 단단히 동여매고 달렸다.따라서 速은 「빠르다」는 뜻을가지고 있다.속도(速度),속전속결(速戰速決),과속(過速)이 있다. 졸속(拙速)이라면 빠르기는 한데 엉성한 재주로 빨리 달리는 것을 뜻한다.
물론 제대로 될 리 없다.그래서 성현들은 졸속을 경계했다.
『빨리 가려다가 오히려 이르지 못한다.』(欲速則不達) 공자의말이다.언제부터 우리가 졸속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요즘한번쯤 마음에 새겨 봄직한 때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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