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상공장관 WTO총장 선거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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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駐)제네바 한국대표부 직원들은 지난 20일 안드레이 제베시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총회의장으로부터 세계무역기구(WTO)초대 사무총장 후보별 잠정집계결과를 통보받고 흥분에 휩싸였다. 제베시의장이 그때까지의 예상을 뒤엎고『제네바에 대표부를 두고 있는 90여개국과 접촉한 결과 한국의 김철수(金喆壽)상공장관,이탈리아의 레나토 루지에로 前무역장관,멕시코의 카를로스 살리나스 대통령 등 후보 3명이 각각 3분의 1선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7일 미국의 통상전문지「저널 오브 커머스」도 선거전이 2라운드로 접어들며 미주(美洲)지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살리나스와유럽연합(EU)을 등에 업은 루지에로,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가의 지지를 확보한 金장관 등 세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으며,각 지역그룹을 대표하는 15명의 고위관리가 참석한 21일의 첫 협의에서 세 후보간의 지지도 차이는 1~2표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주제네바 대표부의 박석범(朴錫凡)서기관은 이같은 결과는 지난6월초 서울로부터『정부가 金장관을 WTO사무총장에 입후보시키기로 했다』는 전문을 받을 때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털어놓는다.뉴스위크誌가『한국이 WTO의 사무총 장을 노리는 것은 현재 0.2%에 불과한 외국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2000년까지 5%선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하는 것처럼 황당한 얘기』라고 할 만큼 제네바 현지를 비롯해 바깥의 시각은 金장관의 출마에 대해 냉소적이었던 것이 사실이 다.
朴서기관은 일본이 金장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전인 이달초만 해도 金장관에 대한 지지국은 오스트레일리아 등 5~6개국에불과했다고 말했다.일본의 지지가 金장관 부상의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제네바 외교가에서는 일본의 金장관 지지에 대해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그늘에 숨어 지내던 일본이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자기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평가,金장관의 약진은 이래저래 화제가 되고 있다.
한편 피터 서덜랜드 GATT사무총장은 26일 한승주(韓昇洲)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이제는 지지를 모으는 것보다 몇나라로부터 강력한 반대를 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외무부직원들은 이와 관련,『金장관에 대한 지지가 확산되 며 미국과 EU가 WTO총장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사무총장 자리를 두고 막판담합,루지에로와 살리나스를 서로 밀어줄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그러나『한국에서 사무총장이 나와야 국제기구에서 개도국 입장이대변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金장관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 제네바 외교가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제네바=崔相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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