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대로좋은가>中.시설개선은 외면 전용구장 타령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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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프로야구경기장이나 시설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구단관계자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모든 책임을 「전용구장탓」으로 돌린다.
각종 법령과 규제로 전용구장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고 이때문에 투자할 의욕을 잃는다는 것이 이들의 「12년간 변 치않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공부 좀 하려니 전기가 나간다」는 게으른 수험생의 핑계와 마찬가지로 설득력이 없다.
전용구장 확보가 어려운 만큼 현재 시설을 활용,프로야구수준에걸맞게 개선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도 외면하면서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전용구장을 논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그라운드안의 몇가지 미비점은 당장 고칠 수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방치해두고 있어 수준높은 플레이를 펼치고 안락한 관전을 하는데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
우선 외야펜스 앞에 「워닝트랙(Warning Track)」을만드는 것이 시급하다.워닝트랙은 말그대로 타구를 쫓는 외야수들에게 펜스가 가까워졌음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다.펜스앞 몇m만 잔디를 들어내면 외야수들은 눈으로 펜스와의 거리를 확인하는 대신 발에 닿는 촉감만으로도 충돌에 대비할 수 있다.또 마운드와타석의 흙을 단단하게 다지는 것도 경기력향상을 위해 시급한 일이지만 외면당하고 있다.
국내프로야구에서 마운드에 오른 투수와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공통적으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땅을 파는 것이다.땅이 너무 물러 공을 던질 때나 스윙할때 하체의 안정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체의 움직임이 모두 다른 수십명의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땅을 파는 바람에 홈 부근은 1회만 지나도 전체가 움푹 파인다. 때문에 홈으로 슬라이딩하던 선수가 움푹 파인 타석에 걸려 부상할 수도 있고 외야수가 던진 멋진 원바운드 송구가 울퉁불퉁한 타석에서 불규칙 바운드를 일으켜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라운드의 잔디가 없는 맨땅부분도 총알같은 타구를 놓치지 않으려는 팬들에겐 불편하기 짝이 없다.
잔디외의 부분을 테니스 클레이코트를 만들듯 붉게 만들어놓은 미국 구장이나 화산암을 갈아 만든 흙을 덮어 검은 빛을 띠는 일본 구장은 공과 그라운드의 색이 선명하게 구별돼 타구를 놓치지 않지만 국내구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밖에 변변한 라커룸 하나 없어 선수들은 땀에 전 모습으로 국수 그릇을 들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야 하고,화장실이 부족해 여성팬들이 곤욕을 치르는 일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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