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시아럭비대회 한국대표팀 주장 손재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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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해 유종의 미를 거둔후 지도자의 길을 걷겠습니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14회 아시아럭비풋볼선수권대회에 한국대표팀 주장으로 출전한 손재형(孫在亨.29.포스코켐)의 결의는 남다르다.이번 대회를 끝으로 멋지게 선수생활을 마감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콸라룸푸르행비행 기에 몸을 실었기 때문이다.
연세대 졸업반이던 88년 처음으로 대표팀에 발탁돼 7년째 태극마크를 달고있는 손재형은 지난 92년 제13회 서울대회에서 한국이 복병 홍콩에 무너져 예선탈락하는 장면을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던 아픔을 생생히 기억한다.
당시 孫은 부인(姜景眞.28)이 아들(賢佑.2)을 낳은 직후여서 대표팀에서 빠져있었다.
하필이면 자신이 빠진 대회에서 한국이 예선탈락하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마음 한구석에 큼직한 짐으로 남아있다.
잔부상이 누적돼 컨디션이 극도로 나빴지만 이번에 대표팀의 부름을 거절하지 못한 것도 그 빚을 갚아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孫의 포지션은 프랭커(Flanker).스크럼의 뒤를 받치며 흐르는 볼을 걷어내고 강력한 태클로 상대공격의 흐름을 시작부터 차단하는 럭비풋볼의 상징적인 포지션이다.
그의 태클은 정확하고 강력해 동료들의 신뢰를 얻고있다.
『시작과 끝이 좋으면 다 좋다지요.처음 대표선수가 된 88년제11회 대회에서 우승했으니 이번에도 꼭 1등할 겁니다.후배들을 내년 월드컵대회에 보내놓고 은퇴한다면 정말 행복할거예요.』검은 피부에 깊이 팬 주름 탓인지 나이보다 훨씬 노숙해보이는 「캡틴」의 마지막 한마디는 부드럽지만 강한 투혼을 담고있다.
[콸라룸푸르=許珍碩.吳承桓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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