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 동부건설사업소 오인 곤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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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부실시공업체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고현장 인근에서 공사를 하고 있던 한 건설업체가 이번 사고의 원흉으로 오해를 받아 분양아파트 해약사태가 속출하는 해프닝이 발생.
사건의 발단은 성수대교 북측 5백m지점에서 신설 청담대교 공사를 하고 있는 「동부(東部)건설」과 성수대교의 유지.관리업무를 소홀히 해 이번 사고를 일으킨 「서울시산하 동부(東部)건설사업소」의 이름이 똑같은데서 비롯됐다.
이름 첫머리 두글자가 한자(漢字)까지 똑같은데다 일이 꼬이려다 보니 청담대교 공사현장의 동부건설 직원들이 사고당일 회사마크가 새겨진 헬멧과 작업복을 그대로 착용한 채 회사 깃발이 꽂혀있는 바지선을 타고 구조활동을 벌인 것이 TV화 면에 비쳤던것. 보도를 통해 동부건설사업소측의 관리소홀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이를 동부건설(대표 洪官義)로 오해한 시민들이 많아 현재 분양중인 속초 교동(3백37가구),삼척 교동(4백80가구),해운대 신시가지(6백82가구),고양 중산(2백70가구)아파트 분양현장과 서울가락동 통합모델하우스에는 『부실아파트를 분양해 또 사람 잡으려 하느냐』며 분양계약을 취소하겠다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뿐만 아니라 지난 16일 수주한 청량리5구역 재개발사업지구에서는 주민들이 부실시공업체에 공사를맡길 수 없다며 계약취소를 요구하는가 하면 곧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투표가 있을 예정인 구로 홍진아파트 재건축사업지구에서도 이미지 실추로 인한 탈락이 우려되는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상외로 파문이 커지자 회사측에서는 한때 「동부건설사업소」와「동부건설」은 전혀 무관하다는 내용의 광고를 신문지상에 내는 것까지 검토했으나 「이웃에 초상이 난 마당에 제살 궁리만 한다」는 비난을 자초할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냉가슴만 앓고 있다.
〈李光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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