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대만 삼각외교 이상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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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東京=郭在源특파원] 리덩후이(李登輝)대만총통의 국제사회 복귀외교가 가속되면서 중국.일본.대만의 삼각외교에 이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대만의 중국투자.무역이 증대되는등 경제거래가 활발히 전개되고있는 뒷면에는 군사력경쟁과 국제외교 견제로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그런가 하면 이들에 대한 경제적 친밀도를 높여온 일본은 이들 사이에서 어정쩡한 정치적 입장을 취하면서 양쪽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특히 미국이 냉전시대에 중국과 대만에 취했던 정경(政經)분리원칙이 냉전종식후 소멸돼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환기적 현상이라 할수 있다.일본에 대한 중국.대만의 비난은 자신의 얼굴을 갖지 못하고 미국의 발자국만 따라가 다 보니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타이밍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79년 中.美국교수립후도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상응하는 관계를 유지해왔고 지난 9월에는 대만관계를 실질적으로 격상하는 대만정책 전환을 결정했다.이는 대만이 과거의 독재.반공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1인당 GNP 1만달러를 넘 어서며 대외무역도 연간 1천3백20억달러에 이르는등 강한 경제력을 갖고 있다는 현실이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예컨대 중국눈치 안보고 무기수출건을 따낸 것도 대만시장이라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대만침공을 가상한 대규모 군사연습을 지난 8월말 실시했다.이에맞서 대만도 91년5월 중국과의 내전상태 종결을 선언한 이래 최대 규모(韓貨 약1천4백억원)의 군사연습을 지난 9월말 실시하는등 군사적 긴장을 높여가고 있다.그러 나 수면하에서는 경제거래가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이 역시 대만현실을 인정해 주는 대목이다.93년말 현재 중국에는 53억달러가 투자됐고,홍콩(97년 중국귀속)과는 1백72억달러의 무역이 이뤄지고 있다.
대만이 일본에 이어 두번째 최대 투자국으로 돼있는 인도네시아에서 11월15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비공식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의장국인 인도네시아가 대만의 李총통을 부를 것이지를 놓고 고민이다.대만의 인도네시아 투자가 94년 6월말 현재87억美달러로 전년 총액인 40억달러의 두배를 넘고 있는 현실이 여기에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을 인정해주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동남아시아권에선 특히 그렇다.그러나 일본의 경우를 보면 어딘지 박자를 놓치고 있는 감이다.지난번 히로시마아시안게임때 李총통 방문문제를 놓고 중국눈치를 보다 결국 욕만 먹고 자체 내에서도「對 중국 비굴외교」라는 비판을 듣게 됐다.일본의 행로를 지켜보고 있던 아시아국가들에도 대단한 실망을 안겨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현재 대만은 외환보유고가 8백40억달러로 세계2위지만 對일본무역적자는 1백42억달러(93년 실적)나 된다.10월11일 무역불균형 해소와 기술이전을 목적으로 한 주식회사「亞太투자공사」를 정식 발족시켰다.
대만은 일본에 대해 기업들의 중국진출을 같이 하자고 요구하고있다.자신들이 상담술은 뛰어나나 기술.자본.마케팅에선 일본이 우수하기 때문에 손을 잡자는 것이다.
일본은 대만과 정치적 거리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경우 안팎으로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경히 맞선다면 그 부담을 덜기위해 보다 확대된 경제협력으로 탈출구를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이를 대만은 읽기 시 작한 것 같다.
대만이 세계를 시야에 놓고 벌이는 외교공세에 일본도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때문에 대만연구가 요즘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외교력 강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우리에게도 어려운 환경속에서 경제실력을 바탕으로 국제복귀에 집념을 불태우는 대만은 교훈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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