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자유화-부문별 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4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금리자유화 일정중 3번째가 다음달중 단행된다.금리가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완전자유화에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이다.
금리자유화는 물건값이 오르내리는 것과는 달라서 고객들이 변화를 당장 피부로 느낄 일은 별로 없다.그러나 지난 두차례의 금리자유화이후를 보면 가랑비에 옷젖듯 금융시장이 알게 모르게 엄청나게 변했고 이런 추이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전 망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금융상품의 수익률을 꼼꼼히 비교해 보고 돈을 굴리게 된 것이나 高자세였던 금융기관들이 허리를 굽혀가며 서비스경쟁을 펼치게 된 것도 두차례 금리자유화의 산물(産物)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자유화는 대상이 제한돼 있어 당장 금융시장에 급격한 파장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으리란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자유화대상인 정기예금.적금의 경우 대부분이 대출때 「꺾기」용으로 든 것이거나 금리보다는 다른 목적으로 드는 주택청약예금.
공모주 청약예금등 「사정이 있어 싼 금리에 묶여있는」돈이어서 이들이 자유화된다고 해도 은행들이 당장 금리를 올 릴 필요성을느끼지 않고 있는 까닭에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의 경우 민사소송이나 저축성 보험등에서 기준으로 두루 쓰이는 「공(公)금리」,즉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자유화되는데다 기업의 주된 자금조달 수단인 상업어음 할인금리까지 자유화대상에 오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 개 인생활이나 업계에 직간접으로 미치는 영향은 1,2단계 자유화에 못지 않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3단계 자유화 조치이후 각 분야에서 나타날 변화를 미리 그려 본다.
주택청약예금.공모주 청약예금을 든 사람들은 지금보다 이자를 약간 더 받게 된다.이들 금융상품은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현재 연8.5%)를 주고 있는데 은행들은 금리를 그냥 둬도 돈이빠져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체면치 레」로 0.5%포인트 가량 올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저축성 보험을 드는 사람은 더 유리하다.
인기상품인 노후복지보험의 경우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에 1%포인트를 더 얹은 수익을 보장하고 있으며 개인연금보험도 1년짜리 정기예금금리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정기예금금리가 오르는 만큼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예대마진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어서 이 기회에 저축성보험의 보장수익률 계산방식을 바꿀 생각도 갖고 있다.
짧은 기간동안 정기적금을 붓고 싶은 사람들도 선택의 폭이 좀더 넓어진다.
정책금융 금리가 자유화되면 자금조달원이 다양한 대기업은 별 영향이 없겠지만 중소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자금을쓸 수 있는 기회는 늘어나나 조달비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우선중소기업들이 「꺾기」로 많이 드는 정기예.적금 금리가 오른다면은행들이 꺾기의 「양」을 조절할 것이기 때문에 당장 큰 추가부담이 생기지는 않는다.
문제는 한은 재할인 대상인 적격업체에 대한 상업어음 할인금리의 자유화 여부인데 자유화 되면 은행들이 연8.5%로 실세금리에 턱없이 못미치는 할인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결국그 부담은 중소기업이 안게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금리자유화가 좀더 진전되면 기업으로서는 조달한 자금의 운용이 갈수록 어려워진다.특히 최근 규제가 많이 풀린 양도성예금증서(CD)등 단기금융상품의 수익률 변동이 심할 것으로 보여 기업 재태크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자금.금리 흐름 자금흐름에는 당장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정기예.적금 금리가 오른다 해도 실세금리와는 여전히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금이 이 곳으로 몰릴 공산은 별로 없다.
정책금융 금리가 오른다면 은행들이 자금을 그 쪽에 많이 풀겠지만 한은이 이에 대응해 은행의 총액대출한도를 줄일 방침이어서자금의 절대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번 자유화대상 금리들이 워낙 실세금리보다 낮은 실정이어서 자유화가 되면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다.그러나 정책적인 이유등에서 제한된 오름폭에 그칠 것 같다.
〈李在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