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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갈등…좌충우돌…우애는 과연 어떤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콩나무를 타고 하늘위로 오르면 만나는 세상. 눈치 빠른 독자라면 벌써 ‘잭과 콩나무’에 등장한 거인의 집을 떠올렸을 터다. 세월이 흘러 내 아이가 잭의 무용담을 듣게 된 지금, 문득 궁금해졌다. 황금주머니와 황금알을 낳는 닭, 말하는 하프를 도둑맞은 거인나라에선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삼남매의 좌충우돌 거인나라 탈출기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 차례 수상한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줄리아 도널드슨은 이 같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또 하나의 재미난 콩나무와 거인이야기를 풀어냈다.
잭의 소동 이후 거인나라엔 ‘쪼꼬퐁퐁’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 왔다. 쪼꼬퐁퐁은 ‘조그만 사람’이란 뜻의 거인나라의 언어다. 사실 전설이라 부르기도 뭣하다. 이미 대부분의 어른 거인들은 쪼꼬퐁퐁의 존재를 믿지 않았고, 그저 아이들 사이에서나 회자될 따름이다. 철이 들면서 더 이상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는 쪼꼬퐁퐁의 존재를 믿는 거인 여자아이 ‘잠빌라’가 콩나무를 타고 인간 세상에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평소 이것저것 물건 모으기가 취미였던 잠빌라는 맘에 드는 수집품을 잔뜩 모아 거인세상으로 돌아온다. 수집품 중에는 말썽꾸러기 삼남매 스테판과 콜레트·파피도 들어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세 아이가 거인세상의 온갖 위험을 물리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좌충우돌 탈출기가 펼쳐진다.

세상의 모든 형제·자매들에게 고함
오빠 스테판과 여동생 콜레트는 썩 사이좋은 남매는 아니었다. 스테판은 여동생을 놀려대기 일쑤였고 콜레트는 그런 오빠를 못마땅하게 여겨왔던 터다. 아이들은 위험천만한 거인나라에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며 잊고있던 형제애를 회복한다. 욕조에 뜬 비누 곽에 담겨 거친 파도(?)를 헤치고, 몸뚱이 만한 벌과 목숨건 대결을 벌이며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아간다.
형제간의 소소한 다툼은 거인들도 마찬가지다. 잠빌라의 오빠 잽은 늘 여동생 몫을 가로채고 괴롭혀대는 말썽꾸러기다. 잽의 손에 들어간 삼남매는 생명을 위협 당하는 온갖 실험 대상이 된다. 전형적인 악동이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형제·자매간의 우애를 돌아보고 잽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는다면 작가는 빙긋이 미소를 띨 듯하다.

화해하기. 친구 되기. 함께 살기.
‘잠빌라와 쪼꼬퐁퐁’에는 이밖에도 화해와 상생(相生)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쪼꼬퐁퐁들의 습격(?)을 막기 위해 늘 쪼꼬퐁퐁의 흔적을 뒤쫓던 거인 벌벌마루도, 아이들을 애완동물 쯤으로 여겨 ‘소유’하고자 했던 잠빌라도, 결국엔 서로의 존재와 삶을 인정하고 화해의 손을 내민다. 오해와 갈등은 결국 다른 이를 바라보는 내 태도와 마음에서 시작됨을 깨닫게 되는 것. 서로를 이해하면 적도 소유물도 사라지고 친구가 남는다.

굳이 ‘잭과 콩나무’와 비교하자면 한결 따듯하고 예쁘다. 도둑질과 부귀영화, 거인의 죽음은 덜어내고 가슴 훈훈한 정을 담았다. 워너브라더스에서 영화로도 만들 계획이라니 책을 읽은 후 스크린에서 만나면 한층 반갑겠다. 책의 말미엔 친절하게도 ‘거인나라 말 사전’을 실었다. 자녀들과 함께 책을 읽고 거인나라 낱말 맞히기를 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yiks@joongang.co.kr
자료제공=삼성당 / 02-3442-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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