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조립라인의 장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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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변화를 시도하면 할수록 원래 모습과 같아진다」는 프랑스 격언이 생각난다.「미래의 생산라인」으로 옛 장인들의 꾀죄죄한 작업실이 현대식 설비속을 비집고 들어서고 있다고 한다.
대량생산.대량소비시대의 생산라인은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로 상징된다.그 게임의 룰은 「규모의 경제」다.
헨리 포드 이후 생산현장을 지배해온 패러다임이었다.이 과정에서 개인의 창의와 특성은 무시되고 종업원은 로봇으로 전락했다.
동질의 규격품 양산에는 지금도 그만이지만 제품이 고도로 특화.
전문화되고 개성까지 요구되는 상황에서 얘기는 달라 진다.
흐르는 벨트에 팀워크로 인간의 「혼」을 불어 넣은 것이 도요타 생산방식이었다.컨베이어 방식의 대량생산은 그 과정에서 일정률의 제품결함과 과다재고가 불가피하다.
규격화제품의 종류도 스스로 한정된다.
도요타자동차는 팀워크를 통한 효율화및 절감기법으로 제로결함과제로과다재고 그리고 제품다양화를 시도했다.「군살빼기 생산」(Lean Production)으로 구미(歐美)에도 널리 통용되고있는 생산방식이다.
최근 소니와 NEC는 캠코더및 전화기생산에서 긴 컨베이어를 걷어내고 4~5명의 숙련공으로 「나선형 라인」을 요소요소에 만들어 조립에서 품질검사까지 한자리에서 끝내는 실험을 시도중이다.벨트의 속도에 부대끼지 않고 스스로의 리듬으로 가진 기술과 정성을 쏟을 수가 있다.과거의 손작업에서 미래를 찾는 「미래에로의 복귀」다.「새 장인적 사고」로도 불린다.
콤팩 컴퓨터가 컴퓨터 조립에 4인조체제를 도입하고 미국제조업체의 34%가 생산라인에 각종 「수작업실」을 시도한다는 조사보고도 뒤따른다.
막대한 설비비용과 공장면적을 절감하고 수요의 변화에 기민하게적응하는 이점이 크다.
소위 「니치 마켓」(Niche Market)의 「니치품목」에걸맞는 생산체제다.대량은 아니지만 항상 일정 수요가 있고 이윤폭이 높은 특화된 소량 다품종시장을 의미한다.
소니는 나선형 작업팀으로 캠코더 한대의 조립시간을 종래 70분에서 15분으로 줄였다.이 정도면 주문생산과 재고의 제로화도가능하고 사흘이면 시장변화에 생산을 적응시킬 수 있다고 한다.
작업원의 기술이 아직은 옛 장인의 수준에 못미쳐 이들의 숙련화가 당면 과제라고 한다.「제조업왕국」일본의 또 한단계 도약을위한 실험이 주목된다.
〈本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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