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탈출 趙昌浩씨李국방에 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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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포병소위 조창호.군번 212966.국방장관님께 무사히 귀환한 것을 신고드립니다.』 한국동란때 포로로 붙잡혀 북한에 억류당하다 탈출한 조창호(趙昌浩.64)씨가 25일 오후3시 입원해있는 국군수도통합병원 병상에서 위문온 이병태(李炳台)국방장관에게 43년만의 귀환(歸還)신고식을 가졌다.
趙씨는 지난 3일 북한을 탈출한지 20일만인 10월23일 고생끝에 조국의 품에 돌아와 서울송파동 현대중앙병원에서 가료하다이날 오후2시40분쯤 軍병원으로 옮겼다.
趙씨는 지팡이를 짚고 간호장교의 부축을 받으며 국군통합병원 현관에 들어서자 좌우로 늘어선 병원측 관계자의 박수를 받았다.
곧이어 李장관이 도착하자 병상에 누워있던 趙씨는 불편한 오른팔과 다리에도 불구하고 부축없이 벌떡 일어나 거수경례와 함께 신고했다.
43년이 지난 지금도 군번을 또렷하게 기억했다.마치 한국동란당시 소위의 생생한 정신이 아직 남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李장관은『선배님 오랫동안 고생하시다가 돌아오신데 대해 온국민과 국군이 환영하며 대통령께서 저를 대신해서 보냈습니다』며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보낸 환영 화환을 전달했다.
李장관은『몸이 불편하지는 않느냐.옥살이 13년동안 얼마나 고생이 심했느냐.포간(포병간부)12기(期)가 맞느냐』는등 다정하게 격려.
趙씨는『조국에 대해 일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대해주니 고맙다』면서『내가 오고 싶은 곳에 왔으니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울먹였다.
중앙병원에서 趙씨를 치료한 한 의사는 『趙씨의 건강이 비교적양호하고 과거 진폐증을 앓은 흔적이 있으나 지금은 상당히 치유됐다』며『중풍을 앓은 적이 있어 오른팔과 다리가 다소 불편하지만 치료하면 차차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趙씨는 일반적인 검사는 받았고 앞으로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뇌검사등 정밀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의 말투는 다소 어눌한 편이었으며 북한지역 사투리가 약간 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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