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정책 강화 전환 배경과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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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공정거래 정책의 강도가 한단계 더 높아질 전망이다.대기업에 대한 출자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이미국회에 제출돼 있는 가운데,오세민(吳世玟)공정거래위원장이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강성(强性)쪽에 무게를 두고 공 식적으로 밝힌것이다. 전경련측 초청형식으로 이뤄진 이날 吳위원장 강연에는 몇가지 규제완화조치가 양념격으로 들어있긴 하다.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한 예다.기업결합으로 인해 당장은 국내시장의 경쟁이 약화되더라도 장기적으로 국내외 업체의 신규진입으로 경쟁이 다시 심해지리라고 판단되는 경우는 그 결합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국제계약에 대한 신고의무제를 폐지키로 한 것이나 경품규제를 줄이겠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그러나 내년도 공정거래위 업무계획이라고 할만한 이날 강연의 전반적인 기조는 강하다.
공정위가 이해관계인들의 신고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권조사를 강화하겠다는 대목이나 대기업들의 부당 내부거래를 뿌리뽑기 위해 이미 조사받은 기업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다시 집중조사를 벌일 수도 있다는 것등이 대표적인 예다.
세무조사와 같이 일반적으로 한번 조사받으면 2~3년간은 조사를 받지 않는 관행도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吳위원장이 이같이 발언강도를 높인 배경으로 몇가지를 들 수 있다.우선 지난 여름 대형백화점들이 식품가공날짜를 속인 행위를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을 첫번째로 꼽을 수 있다.
정부가 부실공사 추방을 외치고 있으나 구두선(口頭禪)에 그친다는 일반의 비판을 의식한 면도 있다.불공정 하도급행위에 대해영업정지등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겠다는 방침이 그런 면을 읽게 한다. 한이헌(韓利憲)전임위원장과는 달리 조용하고 합리적이라는평을 들었던 吳위원장이 나름대로 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해석하는 축도 있다.
공정위의 이같은 방향이 원칙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일 수 있다.그러나 이같은 방향전환이 성급히 추진돼 자칫 기업의 건전한 경제활동까지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않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규제완화라는 원칙보다도 대기업에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짙은 감이 든다』고 우려를표시했다.
〈沈相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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