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중앙독서감상문 수상소감-대학.일반부 이성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며칠전 中央日報社로부터 당선 소감을 원고지 10장 분량으로 써오라는 말을 듣고 난 사실 당혹감을 느꼈다.우선 내가 응모한독후감이 당선됐다는 것이 확실하다는 믿음이 섰지만,나는 모든 일에 영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서인지 그래도 고개 를 갸웃했던 것이다.『이상하다.정말 내가 당선됐단 말인가.』나는 당선소감이라는 걸 써보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니 솔직하게 말해야겠다.기쁘다.작은 글이지만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이 기쁘다.문학을 하겠다는 욕망이 더 부풀어 오른다.그리고 마음의 더 은밀한 곳에서는 거들먹거리고 싶다는 욕망이 떠오른다.그래서 정말 부끄럽기도 하 다.글이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서 거들먹거리고 싶다는 것은 나의 글쓰기가 허영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말이 되지 않는가.그렇다면 나의 이 독후감에도 허영이 묻어있을 것이다.이 글이 나의 하나의「몸짓」이라면 은밀한 내면의 헛된 욕망을 흘끔 보여주는 몸짓일 것이다.글의 표면이 아니라 숨겨져 있는 이면을 보면 그 몸짓의 의미가 나타날 것이 아닌가.나의 부끄러움은 그런 몸짓의 의미를 사람들에게 들킨 것 같아서이다.또한 그 몸짓은『불멸』에 등장하는아네스와 로라의 몸짓과 같이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에 부끄럽다.
그녀들은「자기도 모르는 사이에」그 몸짓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어떤 진실을 내포한다.그녀들의 몸짓의 아름다움은,현란한「새로움」으로 뒤덮인 우리시대 속에서도,우리들이 같은 문자반을 걷고 있다는 우울한 진실을 환기시키는 데서 우러나는「쓸쓸한」아름다움인것 같다.하지만 허영의 몸짓은 쓸쓸하지 않다.그것은 새로움에 새로움을 내용없이 덧붙이는 몸짓이다.새로움이라는 것이 결코 배척할 가치는 아니고 또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도 될 수 있겠지만 어떤 내용도 없이 다만 새롭다는 것 자체,표피적인 새로움만이 가치가 되는 것,그것이 허영이다.그것은 아름답지 않다.그것은 위조한다.
위에 말한 것이 지나친 자기비하 또는「겸손의 위장」으로 보일지 모르겠다.그러나 내가 여기서 말한 것은 내가 아는「사실」이다.그렇지만『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여야지.하지만 우울하긴 해도결코 패배주의로 흐르지는 말아야지.내 자신의 내 면을 가능한 한 정직하게 바라보면서 용감하게 살아야지』하는 다짐을 해본다.
나의 이 부끄러운 글을 좋은 글로 뽑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야겠다.그리고 나를 돌봐주신 가족들과 선.후배,친구들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