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대 수시 2학기 논술 분석해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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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하고 난해해 전문가들조차 고개를 흔들었던 대학입시의 논술 문제가 명료하고 구체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다. 고교 논술 지도교사들이 고려대와 연세대(24일), 한국외국어대(25일)가 실시한 수시 2학기 논술 시험을 분석한 결과다. 최균성 서울 누원고 교사는 25일 "과거에 비해 문제의 논제가 분명해졌고, 고교에서 배우는 교육과정과의 연관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인문계와 자연계 교과 지식을 서로 통합하는 등 통합교과형 논술이 본격적으로 출제된 데 따른 것이다. 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은 "수시 모집 논술 출제 경향이 정시모집에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논술은 몇 개 안 되는 지문을 제시한 뒤 단일한 논제를 읽고 해석해 자신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서술하도록 요구했다. 중앙일보는 "50년간 글쓴 작가도 못 푸는 서울대 논술 문제"(2006년 10월 30일자 1면), "출제위원인 내가 봐도 못 푼다"(본지 2006년 11월 10일자 6면)는 기사로 논술 문제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올해 수시 2학기 논술 문제는 짧은 제시문을 요약하거나 비교하고, 제시문 간 서로 비판하도록 유도하는 문제가 많았다. 그림이나 통계자료를 해석하는 문제도 등장했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난이도 차이는 있지만 교과서 내용을 이해하면 풀 수 있는 문제였다"며 "과거에 비해 통합교과형 논술은 제한된 글자수로 객관적 답안을 쓸 수 있게 돼 학생들의 부담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인문계 논술에서 ▶'감정노동'(자신의 진짜 감정과는 상관없이 감정 규칙에 따라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직)이라는 주제의 설명문 ▶인간 소외를 다룬 김기택의 시 '사무원' ▶보건.사회복지 종사자 수에 관한 통계표를 포함한 4개 제시문을 제시했다. 문제는 지문 요약과 해설, 제시된 통계 추이를 한국 사회의 변화와 연관 지어 설명하는 것이었다.

자연계 논술에서는 고교 교과 지식을 활용한 문제들이 나왔다. 수학Ⅰ의 '확률', 물리Ⅰ의 '저항의 연결'과 '파동의 굴절', 화학Ⅰ의 '금속의 반응성', 생물Ⅰ의 '항상성' 등 수학과 과학 교과의 내용이 나온 것이다.

연세대 출제 경향도 비슷했다. 인문계 논술은 자사(子思)의 '중용(中庸)'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의 내용 일부를 제시했다. 중용의 개념과 각 지문이 제기하는 주장을 평가하는 것이 문제였다. 통계학 용어인 평균값, 중앙값, 최빈값을 설명하는 지문을 마지막으로 제시한 뒤 이를 다른 지문들의 입장과 비교해 논의하라는 통합형 논술 문제를 출제했다. 자연계 논술에서도 수학 Ⅰ.Ⅱ의 함수 및 미.적분 개념, 물리Ⅰ의 '파동' 등의 개념을 활용한 문제가 나왔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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