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카 천국 영·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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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개인이 자동차를 제작해 등록하고 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영국과 미국에선 등록할 수도 있고, 거리를 달릴 수도 있다.

 영국은 연간 생산대수 200대 이하인 차종에 대해서는 양산차보다 배기가스 등에서 훨씬 낮은 인증기준을 적용한다. 따라서 키트카와 소량 생산차 업체들이 활성화되어 있다. 영국이 자동차 공업은 몰락했지만 모터스포츠에서 최강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런 문화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주별로 다르다. 자동차 관련 법규가 가장 까다로운 캘리포니아의 경우 레플리카는 한 해에 500대까지 원형이 되는 모델과 같은 연식으로 등록할 수 있다. 셸비코브라와 케이터햄 수퍼세븐은 이런 경로로 정식 번호판을 달고 일반도로를 달릴 수 있다. 레플리카가 아니라 독자적인 스타일의 키트카인 경우는 사용된 엔진의 해당 연도에 맞는 배출가스 기준을 통과하면 일반 번호판을 달 수 있는 자격을 준다. 따라서 최신형 키트카라 해도 배기가스 검사가 면제되는 1975년 이전의 엔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배출가스에 대해 엄격한 캘리포니아에서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75년 이전의 구식차의 배기가스 검사를 면제하는 것은 자동차 문화에 대한 주정부의 이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오래된 차들은 일상용이 아니라 취미용이고 그만큼 주행거리가 짧아 유해가스를 배출하는 빈도도 낮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레이서들 중에는 차를 등록하지 않고 경주용으로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주말이면 자신의 경주차를 트레일러에 싣고 레이스 트랙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키트카 구매자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키트카의 특성상 일상용으로 타기에는 불편하기 때문에 자동차 쇼에 출품하거나 레이스 출전으로 용도를 한정하고 그 목적에 충실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자동차전문 자유기고가=권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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