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총장추천委서 학문·경영능력 검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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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07면

드루 길핀 파우스트 총장

미국이나 유럽 대학 가운데 총장을 직선제로 뽑는 곳은 거의 없다. 미국은 교내 외에서 지원을 받고 총장추천위원회가 학문적 성과와 경영능력을 검증해 이사회가 임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총장을 직선으로 선출하면 학내 구성원의 갈등이 커져 대학 발전을 저해한다고 본다.

직선제로 총장 안 뽑는 선진국 대학들

3월 한인 최초로 미국 대학 총장으로 뽑힌 UC머시드대 강성모 총장은 64명의 후보와 경쟁해 총장이 됐다. 강 총장은 “교수·졸업생·재학생·교직원이 참여하는 총장선출위원회가 전국에서 응모한 총장 후보자를 4단계에 걸쳐 3명으로 압축했고 이사회가 나를 최종 선임했다”고 말했다. 총장선출위원회는 후보들을 수백 명 올려 놓고 숙고를 거듭한다. 이런 방식 덕분에 타교 출신이나 여성이 총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 하버드대에서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여성 총장이 탄생했다. 드루 길핀 파우스트(59) 총장은 브린마워대 출신이다.

총장은 임기가 없다. 찰스 엘리엇 총장(1869~1909)은 40년간 하버드대를 이끌면서 세계적 대학의 기틀을 다졌다. 미국 하버드대 역대 총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13년. 미국에서는 총장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이사회에서 해임한다. 버지니아 주립대의 경우 이사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총장을 해임한다.

프랑스·독일·영국 등 유럽 대학들도 직선제로 총장을 뽑지 않는다. 프랑스 국립대는 3개 위원회(운영, 학술, 대학생활) 위원들이 참여해서 뽑는다. 영국 총장은 국가에서 임명한다. 옥스퍼드대는 영국 여왕의 부군이 당연직으로 총장을 맡고 학교 운영은 부총장이 책임진다. 영국 유일의 사립대학인 버밍엄대는 교직원회 대표 2명과 학생회장 등 학생 3명이 이사회에 참여해 총장을 선출하는 특이한 제도를 갖고 있다.

국립대학이 대다수인 유럽은 미국과 달리 외부 인사에게는 다소 폐쇄적이다. 대체로 그 대학의 10년차 이상 정교수급에서 총장이 나온다. 미국 총장은 대학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기금 모금을 중시한다. 유럽은 그 대학의 전통과 학풍을 잘 이해하는 게 총장의 중요한 덕목인데 이런 점에서 내부 인사를 선호한다.

포스텍의 백성기 총장은 “한국은 급격한 민주화 과정에서 교수들에게 총장 선발 권한이 지나치게 많이 주어졌다”며 “이젠 한국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총장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표시열 교수는 “유럽에서 대학 총장을 간선으로 선출해도 불만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단과대가 많은 권한을 갖고 있고 연구활동에는 교수 개인 재량권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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