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기, 하와이서 실전 폭격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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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괌 기지에 배치된 미국 공군의 전략폭격기 B-2기(스피릿) 두 대가 하와이까지 날아가 실전 폭격 훈련을 벌였다. AP 통신은 이번 훈련이 북한 등 가상의 적에 대해 언제든 출격할 수 있는 채비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22일 보도했다.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B-2기는 9시간 뒤 하와이 상공에 도착, 포하쿨로아 폭격 훈련장에 900㎏짜리 모의 폭탄 6발을 떨어뜨렸다. 지휘를 맡은 미 공군 항공우주작전센터의 브라이언 보그 소령은 "B-2기는 목표 지점을 정확히 타격해 성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B-2기가 괌에서 6000㎞ 이상 떨어진 하와이까지 날아와 목표를 정밀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과시한 것이다.

이 센터의 부사령관인 티모시 새폴드 대령은 "B-2기의 성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극소수의 잠재적 적들이 있어 실전 폭격 훈련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괌에서 3800㎞ 떨어진 평양이나 4500㎞ 거리의 베이징이 공격 반경에 든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AP는 분석했다. 미 공군이 지난달 괌에 B-2기 넉 대를 배치한 목적 자체가 북한과 중국 견제용이라는 것이다.

B-2기는 복합 소재의 기체와 특수 도료 코팅으로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거나, 특수 설계로 전파를 산란해 적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고 작전을 펼 수 있다. 핵폭탄은 물론 위성으로 폭격 지점을 유도하는 합동정밀직격탄(JDAM), 레이저 유도탄(GBU-28) 등을 탑재할 수 있어 '하늘을 나는 무기고'로 불린다. 2대의 B-2기는 스텔스 기능이 없는 재래식 폭격기 75대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미 공군은 평가한다.

브루스 벡톨 미 해병간부대학 교수는 "북한은 최근 방송에서 B-2기의 괌 배치를 맹비난하고 있다"며 "B-2기들의 보복 능력이 북한의 남침을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의 움직임은 북한의 외교 정책 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미 공군은 3년 전부터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으로 괌을 떠난 B-2가 하와이와 알래스카 훈련장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가상 폭격 훈련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비행기가 실제로 출격하는 실전 폭격 훈련으로 바꿨다.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전력을 집중하는 사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에 공백에 생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AP는 보도했다.

미군은 내년 중반부터는 알래스카에 있던 최신예 F-22 랩터 전투기 22대도 괌 기지에 전진 배치할 계획이다. 10년 내에 6척의 항공모함과 해군의 공격용 잠수함 가운데 60%를 태평양에 배치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 지역에서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J-10 전투기와 러시아에서 도입한 수호이-27 전투기를 최근 실전 배치했으며, 3척의 항공모함도 건조해 명실상부한 대양 해군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냉전 종식 이후 중단했던 Tu-95 장거리 전략폭격기의 정기 훈련을 재개한 데 이어 8월에 괌 기지 인근까지 날아와 미군을 놀라게 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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