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죽는 길인 줄 알면서도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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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23일 서울 신천동 재향군인회를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보수 계층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날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를 찾은 이 후보는 23일 보수 성향의 재향군인회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서울 송파구 향군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가 아니라, 가치를 보존하고 지키고 교육하는 보수가 다음 시대의 보수"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견제하면서 보수 진영의 적자(嫡子) 자리를 차지하려는 발언이다. 이 후보는 "향군 회원들은 전쟁터에 나갈 때 나가면 죽는 길인 줄 알면서도 나갔다. 지금 제가 그런 심정"이라고 말을 꺼냈다. 이어 "(대선 출마가) 오로지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에 제 명예와 자존심을 진흙탕에 처박더라도 국민들께 제 신념을 설명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는 낮추었다. 다만 "뜻을 가진 분들이 지지해주면 (이명박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금방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출마 당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상당히 높았고 BBK 문제도 이 정도가 아니었다.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면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 후보는 오후 서울 삼성동 봉은사 법회에서 이명박 후보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마주쳤다. 이 부의장이 "고생 많으시죠"라고 말을 건네자 이 후보는 별 말 없이 웃으며 악수했다.

◆친박근혜 성향의 '파랑새단', 이회창 지지=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를 위해 결성된 것으로 알려진 파랑새단 소속 회원 1500여 명이 25일 '이회창 지지 선언'을 하기로 했다. 강동훈 파랑새단 기획단장은 "더 이상 박 전 대표와 한나라당이 부도덕한 이명박 후보의 볼모로 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 박 전 대표나 의원들은 정치적 부담이 있는 만큼 배제했다. 하지만 앞으로 몇몇 의원들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강현 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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