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22일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삼성특검법안을 일부 수정해 국회 본회의로 넘겼다.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법안은 26일께 정부로 이송될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법안을 공포하거나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국회 처리 전부터 특검 수사 대상이 너무 포괄적인 데다 수사 중인 사안이 포함됐다는 이유를 들어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혀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특검법안이 통과된 뒤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정부 안이 넘어오는 시점에 맞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특검법을 공포하면 15일 이내에 특별검사가 임명되고, 20일간 준비 기간을 거쳐 특검이 가동되기 때문에 12월 19일 대선이 끝난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야 특검 수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는 재적 의원(299명) 과반의 본회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출석 의원(189명) 중 3분의 2가 넘는 155명이 찬성했다.
한편 정성진(사진) 법무부 장관은 이날 법사위 회의에 출석해 특검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특검제를 도입하면 수사 대상이 되는 기업과 국가기관의 신뢰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추되고 국가신인도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국내 기업을 오히려 외국 기업보다 역차별하는 조치는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이 우려할 만한 폭로는 있었지만 아직 의혹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라며 "대규모 특검팀이 삼성그룹 전 계열사를 상대로 125일 동안 수사를 펼치도록 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 당선축하금 수사 가능=이날 통과된 특검법안은 법안의 제안 이유에 '2002년 최고권력층에 대한 당선축하금'이란 표현이 들어 있어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축하금 의혹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삼성그룹의 지배권 승계와 관련, 재판 과정에서의 불법행위 의혹과 수사 방치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에버랜드와 서울통신기술의 전환사채 발행,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e삼성 회사 지분 거래 등 4건의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삼성그룹 불법 비자금 조성 경위와 그 비자금이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이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