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이없는 떼죽음-성수대교붕괴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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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설마설마 하던 일이 기어이 터지고 말았다.
21일 서울 성수대교 상판 붕괴사고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지적을 받으면서도 미봉책으로 땜질만 해오던 우리의 건설행정이 주범이었다.
평화로운 아침 버스와 승용차를 타고 출근을 서두르던 시민들은비명도 지를새 없이 삽시간에 강물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성수대교는 허리가 잘리듯 북단 5,6번 교각사이의 중간상판 48m가 떨어져 나가 흉악한 몰골이었고 강물로 떨어진 상판위에는 뒤집혀진 버스와 곤두박질한 승용차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사고순간=생존자 박정애(41.여.서울안암국교교사)씨는『동료교사 3명과 함께 사고지점에 이르렀을때 갑자기 다리가 아래위로 크게 흔들리며「꽝」하는 소리와 함께 상판이 강물로 떨어져내렸다』며『눈을 떠보니 차가 물속에 가라앉고 있어 깨진 유리창사이로 간신히 헤엄쳐 나온뒤 강물에 떠있던 나무조각을 잡고 구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리 상판은 승객을 40명쯤 태운 16번버스의 가운데 부분에서부터 무너져 내렸고 버스는 앞쪽이 무너지지 않은 다리에 대롱대롱 걸쳐있다 뒷부분이 떨어져 내리면서 뒤집혀 사망자가 늘었다. 버스 뒤쪽을 쫓아가던 베스타 승합차에 타고있던 최충환(崔忠煥.23)의경은『버스 가운데 부분에서 콘크리트 더미와 철근들이마구 튀어올랐고 곧이어 상판이 좌에서 우로 쩍 갈라지며 무너져내렸다』고 말했다.
◇현장=거꾸로 떨어진 16번 버스는 완전히 휴지처럼 구겨져 있었고 주변에는 낭자한 핏자국과 함께 옷가지.신발.도시락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처참한 사고당시를 보여주고 있었다.특히 사고가출근시간대에 발생해 피해가 컸다.떨어진 상판위에 는 16번 버스와 서울경찰청 기동대소속 베스타 승합차,서울2트2652 세피아승용차,서울3호9749 프라이드 승용차등 4대가 유리창과 차체가 파손된채 흩어져 있었다.
현재까지 물에 빠진 승용차는 서울4더2467(운전자 이기형.
상계동주공아파트)만이 확인되고 있으나 현장 주변에 기름띠가 넓게 퍼져있어 물에 빠진 차량이 많을 것임을 보여줬다.
가족이 성수대교를 통해 출근하는 시민 1백여명이 뒤늦게 사고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왔으나 사고현장이 다리 한가운데고 통제가 되는 바람에 강둑에 모여 발을 동동 굴렀다.
◇구조=사고가 나자 경찰과 군.서울소방대등 각종 차량과 군용.경찰.소방대 헬기등이 동원,수(水).육(陸).공(空)에서 동시 구조작업에 나섰으나 현장이 강물위인데다 비바람이 거세 애를먹었다.현장에는 최형우(崔炯佑)내무장관,이원종( 李元鐘)서울시장등이 나와 구조작업을 독려했으며 국방부는 도일규(都日圭)수방사령관이 붕괴현장에 병력 1백10명과 헬기 7대등 구조장비를 긴급투입해 인명구조 작업을 지원했다.구조에 투입된 병력은 육군특전사 소속 스킨스쿠버 구조대 1백 명과 해군구조단 10명등이며 장비는 시누크헬기(CH-47)4대,UH-1H헬기 3대,고무보트 20정,앰뷸런스 3대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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