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합의금제 문제많다-객관적 算定기준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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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피해자의 정신적.물질적 손해보상을 위해 만들어진 합의제도가 법을 아는 사람들에겐 부당한 이득을 얻게하고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터무니없이 손해를 보게되는 불합리한 제도라는 비판이 높다. 경미한 교통사고 또는 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합의를 해주지 않으면 가해자가 구속된다는 현행 제도를 악용,터무니없는 거액을 합의금으로 요구하는등의 악덕관행이 계속되는 한편에서는 피해를 당하고도 합의제도를 잘 몰라 정당한 배상조차 못 받는 사례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태=朱모(25.상업.서울강남구대치동)씨등 3명은 지난달 11일 서울강남구개포동 S편의점앞에서 일행중 한명이 상대편쪽으로 담배꽁초를 던진 것이 시비가 돼 尹모(18.재수생)군과 싸움을 벌여 전치3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모두 구 속됐다.
朱씨등은『전치3주 정도는 합의하면 불구속 처리된다』는 말을 듣고 피해자 가족과 3백만원에 합의하려 했으나 상대방은 1천5백만원을 요구했다.
48시간안에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라朱씨등은 합의금협상 도중 모두 구속됐고 결국 9백만원에 변호사를 선임,2주일만에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났다.
가해자 가족들은『합의금으로 8백만원을 줬지만 변호사 비용과 벌금을 합쳐 2천90만원이 들었고 2주간 구속돼 생계지장을 받은것까지 합치면 차라리 1천5백만원에 합의하는게 훨씬 나았을 것』이라며『싸운 것은 잘못이지만 무조건 부르는게 값이니 너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郭모(20.여.서울강동구천호동)씨는 지난달 6일 오후4시쯤 서울송파구송파동에서 우회전하다 신호등이 바뀌어 급제동했으나 이미 횡단보도에 들어선 여자(20)를 앞범퍼로 부딪쳤다.
피해자는 2주 진단을 받았으나 병원 두곳을 더 옮기며 추가로2주진단을 끊어온뒤『횡단보도 사고니 3주이상이면 무조건 구속이다.시집안간 처녀가 허리를 다쳤으니 1천만원을 보상하라』고 요구했다.견디다 못한 郭씨는 법원에 2백만원의 공 탁금을 맡겼고피해자의 요구가 너무 과도하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간신히 구속을 면했다.
◇문제점=현행 합의제도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양심에만 의존하는실정이다.
공탁법은 경미한 교통사고.폭행사건에서▲피해자의 지나친 요구▲가해자를 구속시키기 위한 합의 회피등의 경우 가해자가 법원에 일정금액(보통 종합보험에 가입한 교통사고는 1주당 50만원,무보험교통사고나 폭행사건은 1백만원)을 맡겨두면 민 사상 합의효력이 인정되는 제도지만 대부분 이 법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또 폭행사건의 경우 이틀안에 구속영장 신청여부를 결정해야 하기때문에 일선 형사들은 의심을 받지않기 위해서라도 전치3주 이상에 합의가 없으면 무조건 영장을 신청 하고 있다.
서울강남경찰서 도상길(都常吉)형사과장은『현행 합의제도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구제하기는커녕 터무니없이 돈을 뜯어내려는 일부 피해자들에게 악용되고 구속자는 구속자대로 남발하는 실정』이라며『병원들이 진단서 발급을 정확히 하고 피해자 의 연령.직업.수입정도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합의기준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金東鎬.金寬鍾.張世政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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