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동에 하프 돔 2010년 ‘구원 등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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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 고척동에 2010년까지 들어설 ‘하프 돔’ 야구장의 조감도. 관중이 비를 피하고 운동장 소음이 밖으로 덜 나가도록 내야 쪽 관중석을 지붕으로 덮는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2010년까지 1000억원을 들여 구로구 고척동에 동대문야구장과 비슷한 크기의 야구장을 짓는다. 동대문야구장은 연내 철거를 시작한 뒤 그 자리에 2010년까지 3753억원을 들여 디자인플라자 건물을 세울 계획이다.

내년부터 고척동 구장이 완공될 때까지 2년간 아마추어 야구대회는 구의·신월 정수장 자리에 짓고 있는 간이 구장과 목동야구장에서 열리게 된다.

하지만 구의·신월 구장 같은 간이 구장 공사가 늦어져 야구단체 관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고척동에 하프 돔 야구장=서울시는 22일 고척동 일대 5만7261㎡(약 1만7000평) 부지에 동대문야구장을 대체할 ‘서울 하프 돔 야구장’을 짓겠다고 확정해 발표했다.

내야 쪽 관중석에 지붕을 덮는 형태여서 ‘하프 돔’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완전 돔 구장이 아니기 때문에 비가 심하게 오면 경기를 하기 어렵다. 예산은 토지보상비 680억원, 건축비 393억원으로 모두 1073억원이 책정됐다.

홈에서 외야 담장까지 길이는 긴 곳 122m, 짧은 곳이 98m여서 현재 동대문야구장과 거의 같다. 대신 관중석은 2만 석으로 동대문구장보다 5000석 정도 줄어든다. 윤종장 서울시 체육과장은 “관중석은 줄지만 의자를 새로 들여놓기 때문에 동대문보다 관람하기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장 지하에는 수영장과 헬스장, 옆에는 공연장·영화관 같은 문화시설이 들어선다. 교통은 다소 불편하다. 주변 전철역으로는 국철(1호선) 구일역이 있지만 현재 역 출입구에서 운동장 부지까지 상당히 걸어야 하고, 서부간선도로가 통하지만 평상시 정체가 심하기 때문이다.

◆간이 야구장 공사는 차질=서울시는 올 3월 야구계와 동대문운동장 철거에 합의하면서 구의·신월·난지(2개)·잠실·공릉동에 모두 6곳의 간이 야구장을 짓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잇따라 공사에 차질을 빚으면서 체육 관련 단체들의 동대문운동장 철거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구의 구장에서는 정수장 시설의 일부가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공사가 늦어졌다. 그나마 문화재로 지정된 시설을 흙으로 묻고 그 위에 야구장을 짓겠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신월 구장은 주민의 반대가 큰 데다 김포공항이 가까워 야구경기 하기엔 소음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천구 관계자는 “주민들은 야구장 없는 공원화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야구계에선 1989년 세운 목동구장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경기장 설계를 잘못해 낮경기 때 햇빛이 외야수 정면으로 비치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눈이 부셔 공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다는 선수들 불만이 많이 나온다.

체육시민연대 허정훈 사무총장은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동대문운동장 철거계획을 취소하고 문화재로 보존하면서 야구경기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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