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뒤 먹거리 미리 준비한 박 전 대통령 인정할 수밖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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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정동영 후보. [사진=강정현 기자]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22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과학기술 정책토론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재평가했다. 그는 "1970년대 유신 때 긴급조치 위반으로 보안사.구치소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용서할 수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많이 미워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미래 먹거리와 관련해 고민했던 것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시절인 77년 만들어진 대덕 정보통신연구원이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한국형 컴퓨터 등 20년 뒤 먹고살 거리를 미리 준비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비록 독재하고 억압을 했지만 그 시대에 대한 찬반 토론을 할 수 있게 하는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의대.한의대.치대에 먼저 우수 청소년들이 채워지고 그 다음에 공과대학에 가는 현실이 10년, 20년 계속되면 대한민국 과학기술이 세계를 제패할 수 없다"며 "'메이드 인 코리아'가 세계 최고가 되려면 과학기술계의 사기와 복지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5대 정책과제와 20개 실천전략을 발표했다. ▶연간 800억원 수준의 이공계 분야 국가장학사업을 2012년 1000억원 수준으로 늘리고 ▶연구개발(R&D) 관련 예산 중 기초연구 분야 비중을 연간 1조원 규모로 확대하며 ▶병역특례자의 기업 복무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축소하는 방안이 들어 있다.

한편 정 후보는 전날 밤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이인제 후보의 자택에 의원들을 보내 접촉을 시도했으나 합당과 관련한 대화는 진척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는 이 후보에게 수십 차례 전화를 하다 연락이 닿지 않자 "정동영입니다. 만납시다"라는 음성메시지를 남겼지만 전화통화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경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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