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봉쇄로 어린이4천명 饑死-이철호특파원 바그다드서 3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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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무엇을 노리고 대규모 부대를 쿠웨이트 국경으로 이동시키는 「무력시위」를 단행했을까.
그 목적이야 아직 불분명하지만 이곳 이라크에 모여든 외신기자들은 후세인의 도박은 국제정치적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시각은 미국이 가공할 무력으로 즉각 대응함으로써 이라 크의 무모한행동을 제압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정작 외신기자들은 『91년 걸프전이 미국의 군사적 승리였다면 이번 사태는 후세인의 외교적 판정승』이라고 견해를 모은다.
4년동안의 석유금수조치로 경제가 빈사상태에 빠지면서 후세인은사실 올여름부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시작했다.우선 소말리아와 르완다.쿠바.아이티로 이어지는 국제정치적 관심을 다시 이라크로 돌려놓는 게 급선무였다.
후세인은 이에 따라 『유엔이 수일내로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이라크는 스스로를 방어하기위해 다른 수단을 모색하겠다』고 새로운 카드를 예고한 지난 7일 전격적인 병력이동이라는 무력시위를단행했다.이라크는 또 9월 한달동안 4천여명의 5세이하의 어린이가 경제봉쇄로 사망했다는 선전공세도 펼치고 있다.
유엔의 경제제재가 후세인의 제거라는 당초 목적에서 벗어나 어린이와 노약자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비통한 현장을 통해 국제적인 동정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후산 아민 이라크 국영미사일 공장 감독이 18일 갑자기 외신기자단에 걸프전 공습으로 철저히 파괴된 알카카지역의 미사일 제조공장과 58개의 유엔 감시카메라가 빈틈없이 작동하는 미사일 시험연구소를 공개한 것도 이라크가 처음부터 침략 의도가 없었음을 천명하려는 의도로 볼 수있다.
나아가 후세인은 지난 3일 로프 에케우트 유엔 사찰단장에게 『이라크가 유엔의 결의를 준수한 만큼 보고서에 유엔안보리가 경제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결론을 명문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에케우트가 『나의 임무는 현장에서 본 것만 보고할 뿐정책건의는 권한밖』이라고 거부하자 후세인은 곧바로 병력이동을 단행했다.후세인이 내부적인 군사이동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바닥에는 「국제적인 시선을 끌겠다는」의도가 분명히 있 었음을 나타내주는 대목이다.
어쨌든 이번 사태는 후세인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영국이 한편이고,러시아.중국.프랑스가 다른 편으로 갈려 의견이 다르고 파키스탄.스페인.뉴질랜드가 새로 이라크를 지지하고 나섰다.
클린턴 美대통령은 병력이동 때 이라크에 대한 보복공습을 규정한 유엔결의안 제5안을 삭제한 새로운 수정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외교적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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