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얼음' 심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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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울릉도 남쪽바다 깊은 곳에서 최대 130m 두께의 초대형 ‘가스 하이드레이트’ 지층이 처음 확인됐다. 이로써 가스 하이드레이트 국내 매장량이 애초 예상한 6억t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분석됐다. 6억t은 현재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의 30년치에 해당하는 규모다. 세계적으로는 약 10조t 정도가 바다 속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천연가스가 깊은 바다 속에서 물과 함께 얼어붙은 덩어리로 일명 ‘불타는 얼음’이라 불리는 차세대 에너지원이다. 국내에서는 올 6월 울릉도 인근 바다에서 처음 가스 하이드레이트 채취에 성공했으며 대규모 지층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훈 산업자원부 제2차관은 22일 “동해 울릉분지 수심 1800m 이상 세 곳을 시추한 결과 두께 1~130m의 가스 하이드레이트 지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지층 발견은 순수 국내기술에 의해 이뤄냈다”며 “애초 지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 다섯 곳 가운데 세 곳을 시추해 모두 지층을 확인한 것은 높은 국내 기술수준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자체 기술로 가스 하이드레이트 지층을 확인한 국가는 미국·일본·인도·중국에 이어 한국이 다섯째다.

이 차관은 “이번에 발견한 지층은 두께가 130m에 이를 정도로 두텁다”며 “매장량이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일본이나 중국에서 확인한 것보다 훨씬 큰 규모다. 사업단은 내년 정밀탐사를 거쳐 상반기 중 매장량 추정치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 초대형 지층이 발견된 곳은 포항기점 동북방 135㎞ 지점과 여기서 북쪽으로 9㎞ 떨어진 지역이다.

정부는 그러나 아직 국내 기술로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당장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어려워 2015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차관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어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 에너지로 부각되고 있다”며 “국내 생산기술 확보를 서두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경민 기자

◆가스 하이드레이트=저온·고압 상태에서 천연가스와 물이 함께 얼어붙어 있는 덩어리. 드라이아이스와 비슷한 모양으로 상온에서 불이 붙는다. 태울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석유의 24%에 불과해 청정 에너지로 꼽힌다. 가스 하이드레이트 1L에는 천연가스가 약 200L 압축돼 있어 효율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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