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프레이즈 보면 야구가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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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산다!"

당연한 말이지만 올해 프로야구 삼성 선수들이 특히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이승엽(지바 롯데 머린스).마해영(기아) 등 거포들이 줄줄이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해태 감독 시절 일본으로 떠난 선동열.이종범을 아쉬워하며 "동열이도 가고, 종범이도 가고"라는 우스개를 만들었던 삼성 김응룡 감독으로서는 그때와 비슷한 심정일 듯하다.

삼성은 커진 빈 자리를 끈끈한 팀워크로 메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최근 발표한 올해 캐치프레이즈도 '하나로 뭉친 사자! 가자 2004 V3로'로 결정했다. 과거에는 스타 선수들의 한방을 기대했지만 이제는 단단한 결집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속내다.

각 구단이 최근 팬들의 공모를 통해 새 캐치프레이즈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그 속에는 독특한 팀 컬러가 배어 있다.

롯데는 '비상하는 롯데, 부활의 자이언츠!'로 정했다. 우승이라는 거창한 목표 대신 3년 연속 최하위를 했던 수모를 씻겠다는 각오가 '비상' '부활'이라는 말에 가득 담겨 있다.

'제2 창단 새 출발! 으랏차차 무적LG'라는 LG 캐치프레이즈도 뜯어보면 최근 이상훈 트레이드 등에서 보인 구단의 행보가 이해된다. 1994년 우승 후 10년간의 우승 갈증이 새 출발의 뿌리다. 독특하게 의성어를 넣었다는 점에서 확 바꾸겠다는 결단이 느껴진다.

기아는 온고지신(溫故知新)형이다. 지난해 썼던 캐치프레이즈를 올해 다시 쓴다. '함께하는 KIA! 도전하는 Tigers!'라는 구호보다 더 좋은 내용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전통을 중시하는 기아 특유의 분위기가 드러난다.

현대는 지난해 챔피언의 여유가 돋보이고, 전통적으로 팬과의 교류가 많은 두산은 감동을 문구에 넣었다. 한화는 2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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