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건강>33.사물탕 보혈을 냉.열증체질 맞춰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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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의학에서 바이블이라고까지 불리는 황제내경(黃帝內經)은 여성의 성장단계를 7의 배수(남자는 8의 배수)로 설명한다.7세 때 신기(腎氣)가 성해 이를 갈고,14세때엔 천계(天癸)에 이르러 월경이 시작되며 21세가 되면 신기가 고르게 안정되고 49세가 되면 천계가 고갈되어 폐경기를 맞게 된다.
이는 한방에서 여성이 남성과는 전혀 다른 신체적.생리적 변화를 겪으며 일생을 영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점이다.게다가 여성은 남성보다 더 감성적이기 때문에 마음(心)을 상하기가 쉽고 따라서 心을 뉘어놓은 형상인 화(火)병에 취약한 특징도 지니고있다. 한방에서 부인과를 분리하고 여성보약을 특별하게 취급하는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동국대 한의대 이원철(李源哲)교수는『사람은 소우주로 비유될 만큼 오묘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여성의 경우엔 임신과 출산이라는 또다른 역할로 인해 질환 역시 다르게 취급되어야 한다』며『따라서 여성보약은 마음의 변화를 가장 많이 반영 하는 간(肝)과 수분대사및 생식기능을 좌우하는 신(腎)을 기본으로 처방된다』고 말했다.
여성의 체질을 크게 냉증과 열증 체질로 분류하는 것도 여성의보약을 처방하는 데 중요한 과정이다.
냉증체질은 쉽게 표현해 원기가 부족하고 모세혈관까지 혈액순환이 안돼 여름철에도 손발이 차가운 것이 특징.대체로 간.콩팥 등의 장기가 부실한 양허(陽虛)한 사람을 이른다.
열증 체질은 성격이 급하고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에서 많은데내성적이고 스트레스를 잘 풀지 못해 신체화 반응이 느린 여성에게도 나타난다.장기로 보면 심장.폐.뇌등이 부실한 음허(陰虛)한 사람에게서 흔히 본다.
경희대 한의대 이경섭(李京燮)교수는『부인과를 찾는 여성들을 굳이 질환별로 구분하면 성기병.임신병.분만 및 산후조리와 관계된 질환 등 다양하지만 성장기 여성은 월경과 관계된 월경통.무월경.월경불순 등이 많고,30대는 산후풍.냉증 등 이,그리고 40대 이후엔 갱년기에서 오는 신경통이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한의학적 접근은 질병별 분류가 명확한 서양의학처럼 간단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허리 위가 시원하고 아래쪽이 따뜻한상한하열(上寒下熱)을 보이지만 일단 병에 걸리면 체질과는 무관하게 상열하한의 증상을 보인다는 것.
이원철 교수는『따라서 열과 한의 원인을 찾아 허한 곳에 화(火)를 부어주고 뜨거운 곳에 열을 식혀주는 약을 처방하는 것이한의사들의 비방』이라고 말한다.
보약은 크게 분류하면 보양(補陽).보음(補陰).보혈(補血).
보기(補氣)등 4가지.남성은 해(陽)이며 기(氣)를 중심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데 반해 여성은 달(陰)로 표현되며 혈(血)을위주로 건강을 보존해 나가기 때문에 보혈은 곧 여성보약의 기본이 된다.
보혈의 기본 한약은 사물탕이다.당귀.작약.천궁.숙지황 등 4가지 약재로 구성된 사물탕에 냉증과 열증체질 등을 감안해 보양을 하는 인삼이나 황기,그리고 보음이 되는 숙지황.당귀등이 가미된다. 그러나 모든 여성에게 보약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이경섭 교수는『대부분의 여성이 직장이나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다이어트 등으로 스스로 허약체질이 되고 있다』며『식보(食補)라는 말이 있듯 이러한 여성은 조리와 양생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고말한다. 〈高鍾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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