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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 이미지 변신법 ‘점퍼ㆍ국밥ㆍ흑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BBK’의혹으로 정치 보폭이 제자리 걸음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10~15%의 박스권 지지율을 뛰어 넘지 못하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사이에서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이미지 변신이 화제다. 출마 선언 다음날부터 매일 점퍼 차림으로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국밥 투어’라고 할 만큼 각 지방을 돌며 ‘전국 팔도 국밥’을 섭렵하고 있다. 좀 더 젊게 보이기 위해 흑채를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활동ㆍ서민ㆍ젊음’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7일 이회창 후보는 한나라당 전 총재라는 직함을 버리고 혈혈단신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후보는 이날만 유일하게 흰 와이셔츠에 연두색 넥타이를 맨 모습이었고 이튿날부터 줄곧 점퍼 패션을 고집하고 있다. 2002년, 손이 벨 것 같이 잘 다려진 옷만을 고집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 후보 점퍼에 볼펜 자국이나 음식물 등이 묻으면 바로 언론에 포착될 정도다. 이 후보는 왜소한 몸집이라 점퍼를 입으면 더 초라해 보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퍼를 고집한다. 사회적 틀에 갇힌 양복을 벗어던지고 점퍼를 입음으로써 국민을 위해 부지런하게 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후보의 지역 민심 행보는 ‘국밥 대장정’으로 연결된다. 12일 표밭 공략을 위해 감행한 전국 투어 사흘째. 이 후보는 대전 유성에서 선지해장국으로 저녁 식사를 한 것을 시작으로 4000~5000원짜리 국밥을 즐겼다. 우거지국밥, 따로국밥, 시래깃국, 배춧국 등을 먹으며 “따뜻한 경제를 만들겠다”고 외쳤다. 같은 ‘식성’으로 서민 곁에서 일하겠다는 작심인 듯 하다. 3만원대 모텔에 묵은 것도 그 연장선이다. 이 후보는 2002년 한 재래시장을 찾아 흙 묻은 오이를 즉석에서 베어 먹는 장면을 연출, 무리하게 서민 이미지를 보였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이미 고희를 넘긴 이 후보는 아무래도 나이가 마음에 걸릴 수 밖에 없다. 백발에 가까웠던 이 후보는 대선에 출마 즈음에 진한 갈색으로 머리카락 전체를 염색했다. ‘좀 더 젊어 보이는’ 이미지로 ‘아직 건재함’을 유권자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또 머리 숱이 그리 많지 않은 이 후보는 머리에 뿌리는 검은 가루인 흑채를 사용해 이를 커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이 노 후보를 두고 ‘노빠’라고 부른 것을 벤치마킹해 자신을 ‘늙은 오빠’의 준말인 ‘늙빠’로 불러달라고 했지만 반응이 별로였다.

이회창 후보의 지지자들은 이 후보의 이미지 변신에 대만족을 표시했다. 팬카페 등의 게시판에는 “현재의 점퍼 패션이 제왕적 이미지보다 옆집 할아버지 같은 이미지를 풍긴다” “백발보다는 염색한 머리가 더 부드러워 보인다” 등의 공감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또 나이답지 않게 ‘탱탱한’ 피부를 유지하는 이 후보를 한 화장품 CF에 빗대기도 했다. “피부는 권력, 권좌를 내놓으시지요.”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이미지 변신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선거컨설팅 업체의 한 임원은 “이 후보의 추종 세력은 50대 이상으로 외모와 이미지를 보고 뽑을 유권자가 아니다. 억지로 짜맞춰진 서민 이미지는 반창(反昌) 층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며 “이명박-정동영 후보의 상승 기세를 꺾기 위해선 이번 대선에서 실종된 정책을 되찾아 승부를 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지은 기자


▶[동영상] 昌 공약 '친朴 반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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