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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核타결-연락사무소 설치후 수교로 발전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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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과 미국은 제네바회담을 통해 그동안의 적대관계를 청산하는발판을 마련했다.
양측은 합의문에 서명한 뒤 한달안에 연락사무소 개설을 논의하는 전문가회의를 개최한다.궁극적으로는 대사급 외교관계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고비고비 마다 전제조건이붙어있다.이 매듭이 풀어지지 않으면 협상은 언제나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연락사무소는 당장 수교가 힘든 미수교국들이 상대방 수도에 설치하는 임시기구.
70년대의 美-中 관계정상화도 연락사무소 설치로 시작됐으며 현재 美-베트남 관계도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한.미.일 국제 컨소시엄이 구성돼 경수로 공급계약이 체결되는 내년 초께로 예상된다.
남북관계 개선속도와 연계된 것은 아니지만 남북관계가 빨라지면그만큼 연락사무소 개설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다.
이때를 전후해 현재의 정전협정체제를 평화상태로 전환시키는 문제가 본격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정전체제는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남북(南北),그리고 미국(美國)간에 상당한 파장을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많다.
정전협정 서명자는 유엔군 총사령관 마크 클라크 美 육군대장,중국 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그리고 북한의 김일성(金日成)이었다.
북한은 남측이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을 계속 강조하며 남북사이의 평화협정을 거부해 왔다.당사자인 북-미사이에 협상을 통해 평화협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판문점 군사정전위 수석대표를 한-미(韓美)간 합의에 따라 91년 한국군의 황원탁(黃源卓)소장이 맡자 북한은 정전위(停戰委)자체를 거부하고 설득을 통해 중국마저 철수토록 한 것은 북한의 입장을 명쾌히 설명해 준다.
북한은 올해들어 이미 외교부 성명과 박길연(朴吉淵)유엔주재 대사를 통해 미국과의 평화협정체결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한국은 당사자인 남북사이에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있다.
미국은 이미 국무부 논평을 통해『한반도 평화와 안보문제는 우선 남북한간의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92년 2월의 남북한 합의에 주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미 관계 개선에 또하나의 함정은 주한미군의 철수 문제.
북한은 줄곧 미군 철수를 주장해 왔다.
미국은 90년부터 대규모 전력감축 정책을 추진해 왔다.지난해7월에는 향후 3년간 92개 해외 미군기지를 폐쇄하거나 운영규모를 축소한다고 발표했다.서울의 캠프 머서와 의정부의 캠프 인디언도 그 대상이었다.
그러나 美국방부는 북한 핵문제가 제기된후 지난해 9월 발표한「미국방력의 전면 재검토」라는 백서를 통해 윈-윈(Win-Win)전략을 공식천명하는 한편 주한미군 철수를 동결했다.
윈-윈 전략은 한반도와 걸프에서 전쟁이 동시에 발발할 경우 미군이 즉각 개입해 4단계작전으로 승리한다는 것이다.
이제 북한 핵문제가 가닥을 잡았기 때문에 주한미군은 단계적으로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발표된 미국방부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주한 미군은 장기적으로 2개사단에서 1개사단으로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더라도 한국과의 이해관계가더 크고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전략차원에서 한국과 일본에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주한미군의 위치에 당장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도 미국과 관계개선이 되면 주한미군을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적도 있다.
북한과 미국이 정전협정,주한미군 등 민감한 문제를 뛰어넘어도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美하원이 가장 중요시하는 북한의 인권문제 등도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제네바 북-미회담은 양측의 국교수립을 위한 긴 협상과정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인 것이다.
[金成進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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